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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Sep 17. 2016

위대한 독재

이 날은 강력한 구속력을 자랑하며 너무나 오랫동안 군림했다.


어려서부터 명절이 즐겁지 않았다. 큰집은 항상 낯설고 불편했다. 사촌들과 어울려 놀았던 것 빼고는 명절은 심심하고 따분했다. 차라리 학교에 가는게 훨 낫지, 빨리 집으로 돌아가길 기다렸다. 그 누가 명절을 만들었단 말인가? 어려서부터 궁금했다.  커서는 더 심각했다. 우리는 아예 큰집에 가지 않았다. 평소에 잘 해야지... 아니 평소에 못 하니까 정해진 날에 한방에 땜빵하자는 건가? 이만큼 했으니까 스스로들 위안을 찾으려는 건가? 종교처럼 맹신하는 그 날, 불합리한 명절 대이동, 출퇴근하는 지하철처럼 숨이 막히고 쳇바퀴 돌듯 무의미한 발걸음과 몸짓들... 명절이 있어 그나마 모이는 것이 아니라 명절이 있어 명절에만 모이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번쯤은 따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해마다 똑같은 명절들, 마지못해 이동하고 움직이는 살덩이들, 의례적인 안부와 선물들... 그 옛날 소원이나 풍경은 이미 사라졌다. 해마나 새로워야 하지 않겠는가? 명절답지 않은 명절들, 마흔 중반의 명절은 너무나 싫다. 이 날 우리는 더 피곤하고 더 아파야 하니까


아내와도 명절날 멀어졌고 어머니는 명절날 치매가 오셨다. 나는 명절날 대부분 백수였고 가장 무능력했다. 어려서부터 명절은 늘 그래왔으니까 더 이상 명절은 없다. 못난 아빠 때문에 아이들은 명절을 모른다. 그래서 제사를 모른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어쩌겠는가? 아이들 나름대로 새로운 명절을 창조한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나는 아이들을 믿는다.


TV,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모두 꺼버리고 차라리 남들처럼 여행을 떠나자. 명절이란 굴레에서 자신을 해방하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하나같이 움직이는 이 날처럼 다른 모든 날들이 명절 같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날은 강력한 구속력을 자랑하며 너무나 오랫동안 군림했다. 우리 스스로 각성하고 이것을 변화시켜야만 한다.


새로운 명절을 창조하고 이제는 모두가 즐겨야 한다. 내년부터는 우리집도 명절을 맞이하고 제대로 누릴 것을 다짐하며...


 









나도 이제는,

명절의 의미와 창조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내년부터는 새롭게 명절을 보내야겠다. 소중한 그 날을 자유롭게 행복하게 반드시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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