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살만한 것이었다고, 아름다웠었노라고, ...
난 정치는 쓰레기라고 알고 관심을 끊고 살았다. 뻔하니까... 열만 받으니까... 일터에서조차 스트레스로 고통받는데... 내 자신조차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까지 신경쓰기도 힘들고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는데... 무엇보다 세상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려러니 하고 살았다.
누구나 자신과 직접 부딪히는 것들로 많이 아프고 많이 욱한다. 나도 이상한 일터에서 여러 번 욱해서 때려친 적도 있고 이상한 사람들과 다툰 적도 많다. 나에게 닥친 불의 앞에선 한치도 망설이지 않고 대들고 바로 잡으려고 소리를 크게 질렀다. 하지만 약자는(아니 강자는) 강자들에게(아니 약자들에게) 결단코 이길 수 없었다. 더욱 더 그려러니 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그저 틈나는대로 시나 쓰면서 살자고... 그래야 그나마 살맛이 날 거라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진정 자신이 하고픈 것을 하면서 살기만 해도 세상은 충분히 괜찮아 질거라고... 한사람 한사람이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참되게 한다면 세상은 점점 더 참될 것이라고... 나는 시를 좋아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시를 쓰며 살면 그만이라고... 그렇게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나처럼 순수하게 사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자본주의에서 돈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돈을 벌기 위해선 불의 앞에서 굴해야 하니까 굴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으니까 또한 경쟁을 해야 하니까... 그래도 나는 굴하지 않았고 경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힘들게 살았고 별종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나는 굴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는다. 여전히 나는 믿고 확신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이제는 버티기가 되어버렸고 지금은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 잘 버틸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다.
왜 세상은 고해라고만 하고 세상은 고해가 아니라고는 하지 않았을까? 왜 가화만사성이라고만 하고 만화가사성은 없었던 걸까? 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만 있고 수천하제국치가평신은 없었던 걸까? 그러한 선입견이 그러한 고정관념이 정치와 세상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작년 가을부터 나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나뿐 아니라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는 깨달았을 것이다. 정치야말로 생활이라는 것을... 나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이 정치를 해야 그것이 진정한 정치(민주주의)란 것을... 나는 국민일진대,... 국민이 그렇게 정치를 무관심하고 아니 혐호하며 멀리하면 안되었지 않은가? 나처럼 무관심한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개레기들이 판을 치고 개레기들은 점점 더 개레레기들이 되고 오늘날처럼 때레레기들이 판을 치고 나라도 기업도 플젝도 비상식하고 멍청하고 엉망진창인 것이 아니었겠는가?
국가라는 것, 정치라는 것,
그것은 매 순간 내 자리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나는 뒤늦게 인지했다. 아무리 한사람 한사람이 참되게 살려고 해도 국가(상위 1%라고 해야할까?) 자체가 잘못되었다면 국가에서 그것을(정의를, 참을, 진실을, 상식을, 기본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국가가 오히려 그것을 위태롭게 한다면... 개개인이 아무리 참되고 참되어도 결국 그것은 무너지게 되는 구조라면... 자신 스스로가 참된다고 해서 세상이 점점 더 나아질 것이란 법칙은 성립하지 않는다. 원천적으로 잘못된 구조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세상이 고해라고 할지라도 고해가 아닌 구조를 바탕으로 해야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으로서 살다가 돌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민주주의가 바로 그러한 바탕일진대...
내 자리 뿐만 아니라 나라부터 국민 스스로 정치를 해야만 한다는 이유를 구구절절 깨달았다. 이 나라가 잘못되었기에 아직도 민주주의가 바로 서지 않았기에 더욱 더 국민 스스로 정치를 생활화 해야만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자신의 기준과 의견을 형성하고 촛불을 들기만 해도 충분히 국민의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위한 스스로의 정치 참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뼛속까지 각인시켜본다. 그리고 계속 지켜 볼 것이다.
세상은 살만한 것이었다고, 아름다웠었노라고, ... 과연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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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무엇이 중요한가? 과정이 중요한 것 아닌가? 과정은 지금 이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 자체가 민주주의요 고해가 아닌 것이요 평천하요 만사성이요 참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믿고 확신한다. 그리고 살맛난다고 아름답다고 말할 것이다.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