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라 해서 계획 없이 일찍 자취방에 와서 궁시렁거린다. 종무식이 없어 차라리 좋았다.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오면 오늘처럼 일찍 파하는 것이다.
한해를 보내면서, 어제 선물받은 잡지를 쳐다보다가, 문득 지난 (등단 후) 나의 오랜 행태를 뒤집어 본다.
등단 후, 새내기라서 시인들 모임에 가면 시인들 한 분 한 분 인사를 건네고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내 또래 선배 시인들에겐 친구 먹자고 우기기도 했다. (당시 난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살았기에... 시인들은 괜찮겠지, 시인들에게만 내 마음을 열고 살았기에...) 나의 선의가 오히려 그분들께 불편을 끼쳤던 것이리라. 시인이 되었으니까 우러르던 시인들 만나고 어울리고 싶었던 게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행태가 뭇 선배 시인들에겐 못마땅하고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난 철이 없다. 철들지 않았다. 여전히 열아홉살 청춘처럼 늘 철부지다. 나의 순수가 그분들 입장에선 달갑지 않았으리라. 무언가 이익을 노리는 하이에나로 바라 본 분들도 있었으리라. 한 달 전쯤인가 동료 시인의 전화 통화를 한 후 처음으로 한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이런 생각들이 부지불식 간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요즘 문인이나 예술가들을 만나면 괜한 민폐나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먼저 앞선다. 그렇다고 물러나거나 조심스럽게 처세하거나 조용히 혼자서 있을 수는 없는 법 아닌가, 내 스스로 불편하기도 하다. 그냥저냥 혼자 맘 편히 내 글이나 쓰면서 살면 되지, 이런 마음이 늘 앞선다.
최근 좋은 분을 만났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처럼 가까이 느껴지는 분이시다. 나를 걱정해주고 나를 챙겨주신다. 그런 분께 나는 분명 민폐를 끼칠지 모른다. 나는 주책바가지이니까 나는 횡설수설가이니까 나는 망상가이니까... 그렇다고 혼자서만 늘 살 순 없는 법이고 난 하고픈 것을 해야 한다. 노력하고 노력해서 늘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
최근 프로젝트 동료들도 참 나를 많이 챙겨줬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그것은 털어버렸다. 개발자에 대한 그동안의 선입견도 이제는 다 털어버렸다.) 다 내가 마음을 열면 다들 나를 좋아할 것이다. 괜한 마음을 닫고 살았던 내가 한심스럽다. 어느 한쪽에 대한 마음을 닫으면 모든 마음이 닫혀버려서 나에게 오는 모든 좋은 것들도 오지 못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좋든 싫든 마음은 늘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나는 그동안 타인들에게 많은 오해를 안겨줬을 것이다. 그러한 오해야 내가 신경쓸봐야 아니지만, 나로 인해 실망을 하는 분들은 없었기를 바랄 뿐이며 나로 인해 혹 상처를 받은 분이 없었기를 바랄 뿐이며, 혹 있다면 그 분들께 깊은 사과를 전하고 싶다.
한 해 동안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으셨다거나 기분이 조금이라도 언짢으셨다거나 많이 화가 나셨다거나 하신 분들께 깊이 사죄를 올립니다.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이 한마디 말로 새해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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