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시인이고 모두 다 시이고 모두 다 사랑이지만
하늘이라 해서
바다라 해서
우러르지 말고
물방울 하나
모래알 하나
얕보고 무시하지 말자
저 구름과 강물처럼
저 바람처럼
...
나는 며칠 전,
우러르고 존경할 대상이 사라진 것에 대한 궁시렁을 떨었다. 그리곤 어렸을 때 메모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러르지도 말고 무시하지도 말고 그저 바람처럼 강물처럼 구름처럼 살고자 했던 기억이다.
11월을 맞아, 무언가 허전하고 허탈한 것을 감출 순 없겠다. 왜 그럴까? 갑자기 무언가 우러르고 선망할 그 대상이 소멸했다는 것은 그동안 내가 잘못 살아왔다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유일하게 남아있던 것에 대한 착각에서 벗어남일 게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는 시를 내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며 삶을 버티고 견뎌내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우러르고 존경할 대상이 있다는 착각과 환상만으로도 충분히 외롭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성과의 사랑도 다르지 않듯이... 그러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부터 또 다시 외로워지기 시작한다.
결국 나의 외로움은 무언가의 결핍 때문이다. 그 무언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랑'이란 단어겠다. 사랑하는 대상이 없다거나 있어도 희미하거나 사랑을 모르거나 사랑을 실천하지 않거나... 그래서 일게다. 따지고 보면, 그 대상은 많다. 그중에서 나는 '시'에 의지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더 좋은 사랑을 찾았던 것인 게다. 더 좋은 시를 말이다.
최근 국정농단과 병행하여 문단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그러한 현실들이 나의 시를 절망케 했다. 누구나 그랬을 것이고 그래서 더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래서,
이러한 외로움에 굴복할 순 없으며, 그것이 오래 지속되었다간 정말 미칠 것 같아서 정말 어떻게 될지 몰라서 ... 얼른 정신 차려야지, 얼른 우울에서 벗어나야지, ... 그래서, 그래서, 무언가 더 좋은 것을 찾아 헤매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 좋은 착각을 찾아서... 그리고 그 환상이 또 다시 오래오래 내 곁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것일 게다.
세상은 변하기 어렵고, 한순간에 확 변할 수 없다. 은근슬쩍 알게 모르게 오랜 시간이 흘러가면서 변화고 변한다. 하지만 그 결과 보다는 그러한 과정이 더 중요하고 팩트라고 나는 늘 생각한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궁시렁 거리는 것이다. 궁시렁은 또 다른 침묵이다. 나만의 독특한 침묵이다. 이러한 침묵이 극에 달해서 절정에 달해서 나의 시로 탄생하는 것이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침묵이 아니다. 시의 침묵은 시를 쓰지 않을 때다. 시를 쓰지 않을 때가 침묵이다. 이러한 침묵이 좋은 시를 짓게 한다. 시를 짓지 않는다고 해서 시가 아닌 것도 아니다. 시의 침묵은 그 자체가 시이니까 그 과정이 곧 시이니까
11월이 다가오니까, 11월이 오니까, 11월이 갈 거니까, 그동안 나를 찾아야 했다. 내가 더 이상 힘들지 않기 위해서 무언가를 찾아야 겠다. 늘 무지한 나는, 무지하니까, 늘 이렇게 찾아나서야 한다. 지혜롭게 살고 싶다. 제발 이 우울에서 벗어나서...
또한, 우러르고 존경할 대상은 사랑하는 사람처럼 단 한 사람, 혹은 소수인 게다. 훌륭한 시인은 많고도 많다. 모두가 다 시인이다. 그래도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게 환상을 심어주는 사람은 소수인 게다. 난 그런 대상을 꿈꾸는 것일지도 모른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살맛나게 살고 싶어서... 환상에라도 젖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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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다 보니
팩트는 환상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오류도 내재되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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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다 시인이고 모두가 다 시이고 사랑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시인과 시는 다른 차원인 셈이다.
나의 시인, 나의 시, 나의 사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