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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Apr 17. 2021

태극기처럼

#이 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곳이 여기 있다네


주말 퇴근하면서
어제 동료가 표현한 쓰레기산 쪽으로 산책을 했다


사월과 오월 사이

쌀쌀하다 아니 추웠다


이곳은 여전히 속은 쓰레기인 곳이 맞다 겉은 오히려 훨 좋다 훨 깨끗하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그 흔적이 나타났다

흐르는 물은 새카맣고 난방공사의 연기들 저 키가 큰 굴뚝남과 두 개의 쓰레기산(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의 가스관들

처음엔 몰랐다
이곳이 난지도였단 것을!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했다
이곳은 너무나 훤하고 깨끗하다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곳 한적하고 넓고 깨끗한 도시가 분명하다

신기하다
이곳이 지구에서 우주에서 가장 컸다던 쓰레기장이었다니!
아, 이렇게 바꿀 수 있단 걸까? 아,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걸까?


쓰레기산도 이렇게 좋은 도시와 공원이 될 수 있단 검증일까?


이곳에 박정희 도서관이 그래서 세워진 걸까? 과거는 쓰레기산이었지만 지금과 미래는 (살기 좋은 도시와 공원처럼) 바꿀 수 있다는 거대한 메시지일까?
하지만
그러나

아뿔싸다 땅을 파보면 그 모든 것이 허사 아닌가! 땅을 파보면 쓰레기가 나올 뿐일 테니까

아이러니한 곳이 바로 여기다 이 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곳이 바로 여기 있다네


비가 오고 미세 먼지 나쁨이지만 바로바로 깨끗한 태극기로 갈아 걸면 자주 갈아 걸면 저기 저 태극기도 늘 깨끗하게 펄럭거리듯이

이 또한 거대한 메시지일까

깨끗하다고요!  깨끗하다고요!

하지만

그러나

진짜는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야 하는 법이다  진짜는 겉이 깨끗하면 속도 깨끗해야 한다 아니, 겉은 더러워도 속은 늘 깨끗해도 괜찮겠다 그래야 진짜 진짜니까

그래도 그래도
쓰레기산 난지도를 살기 좋은 공원과 주변 도시로 변화시킨 것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아 보인다 이런 변화는 괜찮겠다 싶다 비록 쓰레기로 난방을 하지만 뭐, 에너지로 변환한 것 또한 대단하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아이러니 중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겠다 가끔씩 아이러니랑 헤게모니가 헷갈릴 때처럼


대한민국 태극기처럼










(C) 17/04/2021. Hwang Hyunmin.
#상암동
#아이러니
#헤게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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