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가기!
연인과 헤어짐은 죽음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헤어지면 영영 볼 수도, 만질 수도, 들을 수도 없으니 말이다. 떠나간 자리에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단어, 날씨, 색깔, 모양, 습관, 소리 같은 것이 남아있다. 하지만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이 영영 내 곁에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강한 존재이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무책임한 말이 알고 보면 그 무엇보다도 삶의 진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온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카테고리의 아픔을 짊어지겠지만, 실연의 상처만큼 금방 아무는 상처도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다시 사랑하는 것이 두렵다고 말한다. 사랑의 종말 앞에서 몸을 움츠리고 숨고 싶을 것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날이 존재한다. 그러나 자연히 시간이 흘러 힘든 계절이 지나고 나면 다시 용기를 가지고 외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사랑할 것입니다. 어떤 고통이 찾아오더라도 다시 사랑할 것이어요!’ 그러기 위해 마냥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해 주겠지만, 회복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무수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운동하기. 명상 앱으로 숙면 취하기. 2주만 버티자고 기한 정하기. 그리고 또 1달만 기다리기. 바쁘게 지내기. 불안에 관련된 책 읽으며 공부하기.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자기. 자주 산책하며 자연을 가까이하기. 햇빛 아래에서 요거트 퍼먹기. 창문 네 개를 다 열고 운전하기. 연필 쥔 손을 멈추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종이에 쏟아내기. 알람 맞춰놓고 정해진 시간 동안만 고민하기. 테트리스 게임에 몰두하기. 더 예쁘게 꾸미기. 스스로에게 미션 주고 수행하기. 긍정적인 사람과 대화하기. 내가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는 글 쓰기. 인생 계획을 세우며 나에게만 집중하기. 30일간 매일 하나씩 물건 버리기. 변화란 한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나를 기다려주기.
꼭 사랑의 고통이 아니어도 괜찮다. 내가 영원할 거라 믿었던 일들이 산산조각 났을 때 한번 피부과를 찾아가 보자. 그리고 그 병원에서 가장 아프고 효과가 좋은 시술이 무엇인지 선생님께 물어보자. 나는 피부과에 찾아간 것이 내 마음을 낫게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몸에 고통을 주면, 그것이 곧 정신의 아픔을 상쇄하여 마음도 낫고 심지어 피부까지도 좋아질 수 있다. 일거양득이다. 또한 의식을 치르는 작업이기도 하다. 마음의 회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상처(벌집이 된 얼굴)를 밖으로 끄집어내어 점점 좋아지고 있는 자신의 마음(피부)을 거울에 비춰보며 확인하는 일이다. 몸과 마음이 함께 나아지고 있음을 두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마음이 충분히 아프지 않을 때 시술을 하면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행운으로 여겨야 한다.)
사랑의 실패를 맛본 사람이라면 온몸에 경련이 일듯 커다란 아픔을 겪는다. 하지만 첫사랑을 잃고 죽으려고 했던 사람도 세월이 지나면서 첫사랑의 이름을 완전히 잊게 된다. 그렇게 지나간 인연이 남기고 간 고통은 언젠가 반드시 회복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그리고 꼭 고통만 두고 떠나는 법이 없다. 쓸모가 있는 몇 가지를 남기고 간다. 무엇보다도 높은 안목이 생긴다. 나는 이제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겪은 슬픈 감정에 모두 감사하다. 내게 그런 일이 없었다면, 나는 그와 같은 보물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