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은 이러하다

가득채워야 하지 않을까. 나의 행복으로

by 김상혁

21. 2024년 11월 12일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지인의 소개로 서울 레스토랑에서 한 달 넘게 일을 했다. 돈은 벌리고 있었지만,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고 느꼈다. 이웃이 내어주는 밥, 주일마다 교회에서 마주친 할머니들의 미소, 돈이 없는 평온에서 쓸 수 있었던 글들. 광천에서의 삶이 그리웠다. 아. 광천의 집은 그대로 놔두고 서울에 왔다.




지난 주에 상담을 다녀왔다. 오랜만이었다. 특히 서울에서 레스토랑 일을 하기 시작한 후로는 처음이어서. 실은 일을 시작하고 초반 2주동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느껴서. 내가 또 사람을 부리기만 하는 사람에 걸려든 것 같아서. 이게 무슨 꼭 맞는 블럭같아. 내가 실망시킬 일을 하면 크게 정말로 실망할 사람들에게. 내가 책임감을 내려놓으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는 이들에게. 나는 헤어나오기가 무척 힘들어. 환상 속의 사람을 상상하는 것 과 같아. 내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기만 하면 이 사람들도 책임감있게 나를 대하고 행동할거야. 하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는 계속 엮이고. 그것은 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기도 한 것 같다고 느껴. 내가 자신도 없고 제대로 준비해놓은 것도 없으니 당연히 이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거지. 제대로 직원을 관리하는 곳이라면 나를 뽑지도 않을테지. 이런 생각들.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어느 책임감 있는 레스토랑에서 레스토랑 일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팀장 자리를 맡기려고 하겠나. 근데 나는 사실 팀장자리가 탐이 나서 온 것이 아닌데. 그냥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그래서 오랜만에 돈을 벌어보고. 좋아했던 요리하는 모습들도 좀 같이 경험해보고 싶었던건데. 그래서 그냥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면 되는 스텝이었어서도 책임있게 잘 돌아가는 곳에 갔으면 이렇게 스트레스 받진 않았을텐데.


한 눈에 볼 줄 몰라서 그렇다. 아직도 겉으로 pretending(그런 척)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잘 속지. 그들이 없는 것을 있는 척 할 때 나는 그걸 확인해보려 하지도 않고 일단 믿어주지. 그게 그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나 자신을 너무 과신한다. 나는 무슨 일이건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나는 무슨 일이건 열심히 하다가도 아무렇지 않게 너무 불행하면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걸. 무슨 일이건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서 내 안의 어떤 나가 계속 울고있는게 느껴진다. 그걸 너무 그대로 계속 놔두면 사람에게 의존하고 싶어져. 그래서 나는 원래 의존적인 인간이야. 나를 제발 누군가가 보살펴줬으면 좋겠어 하는 생각을 품게되지. 너무 매력적이다. 그냥 이대로 계속 고통을 겪으면서도, 누군가가 나를 보살펴준다면 나는 괜찮을 것 같거든. 그게 너무 갑자기 절박해지는거야. 실은 나를 무조건 받아주고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줄 누군가가 정말 내게도 있지 않을까? 그런 존재가 한 번쯤은 내게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도망칠 용기를 내지 못해서다. 만약 도망쳤다면, 바로 평화로운 자유를 만끽한 채 그 의존심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또 자유를 향할테지. 실은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쳐다볼 때 그걸 한심하게 쳐다봐. 저 사람들은 삶의 고통을 견디기 위해 사람에게 의존한다고. 사람에게 의존해서 화날 때 화내지 못하고. 사랑을 두려워하고. 자기 자신의 깊은 모습을 직시하지 못한다고. 나도 고통 속에 있을 땐 그렇게 똑같이 되는거야. 그렇게 똑같이 되었을 때, 그 평가는 더 정확해지지만, 덜 날카로워지겠지.




부러움이었다. 이번 상담의 키워드는. 부러움을 심리학에선 어떻게 다루나 검색해봤다. envy라는 감정은 전쟁까지 일으킨다. 카인이 아벨을 죽인 이유도 결국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것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었다. 부러움은 그냥 '우와 저거 나도 갖고싶다'정도의 감정이 아니라 인간을 죽일 수도 있는 깊이있는 감정이었다. 난 부러움에 빠질 위험에 처해있었던 것이다. 실은 아직도 뭔가 있어보이는 듯 pretending 하는 사람들의 행복과 화려함을 나는 여전히 부러워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행복이 아닌 다른 행복을 맛보았고. 그 행복은 가장하지 않아도 괜찮은 행복이었고. 조건없이 베풀고 받는 행복이었고. 인간의 불완전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서로 존중해줄 수 있는 행복이었고. 거칠지만 순간 너머로 긴장할 필요가 없는 행복이었다. 불완전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행복이었고. 편안해보이지만 완전한 척 해야하는, 내가 아는 행복과는 다른 행복을 나는 부러워할 뻔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저거 갖고싶다. 더 노력해야지'라는 생각을 갖지 않고. '저 행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죽이고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겪어서 알던 행복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머릿 속에 전투상황을 그려내었다. 아마 저 사람들도 내가 가진 행복을 죽이면서 자신들의 행복을 지켜내고 있을 것이리라. 저 사람들 중에는 내 행복을 이야기했을 때 아마 그것은 불행이라고 달아날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저 사람들의 행복을 죽이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일종의 정당방위인 것이다. 나는 나약했었다. 누군가가 내 행복을 죽일려고 마음먹는다면, 내 행복은 죽을 것이다. 어떤 이의 행복이 나와 다르다면, 나의 행복은 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나와 다른 행복을 죽여야만 한다. 그래야 내 행복이 산다. 나약하다. 나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강한 척 하면서 죽이고있는 사실 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이렇게 조금 더 버텨본다. 싸움이 어차피 일어날 것이라면, 결국 싸움 한복판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내 행복으로 가득찰 수 있었다면. 전투는 종료되었을 것이다. 전투는 종료되어 서로가 사실은 전혀 싸울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서로가 각자 모두 행복하다는 사실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각자의 행복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죽이기보다는 서로를 살리는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으로 살고있었겠지. 당신에게 좋은 행복이 있다면 가끔 내게 나눠주세요. 그럼 감사히 그 행복을 경험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나의 행복이 궁금하다면 물어봐주세요. 내 행복도 기쁘게 나눠드릴게요.



나의 행복은요.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나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주는 사람과 함께라면 무엇을 먹어도 맛있는 행복입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했건, 그 생각에 자유로운 날개를 달아 사고 끝까지 함께 생각해줄 수 있는 행복이고요. 꽤 불행한 순간에 있더라도 그걸 희망으로 만들 수 있는 글을 다른 사람 눈치 안보고 쏟아낼 수 있는 행복입니다. 나보다 강한 사람에게 주는 애정보다, 정말로 소중했지만 세상을 떠나 이미 내 곁에 없는 사람에게 주는 애정이 더 큰 행복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다른 이의 행복이 더 커지게 도왔을 때, 나의 행복도 더 커지는 행복입니다. 갑자기 모든 삶의 이유가 다 무너졌을 때도, 절망에 빠지기보다 미리 빠지기로 작정했던 나만의 꿈으로 빠질 각오를 하고 있는 행복입니다. 그래서 가장 상처입는 순간조차도 나를 가장 멀리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순간으로 감사할 줄 아는 행복입니다.



가득채워야 하지 않을까. 나의 행복으로. 더 이상의 다툼은 용납할 수도 없도록. 그럼 모든 갈등은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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