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꿈 vs 직업, 꿈 & 직업, 꿈with 직업

작가와 만남

by 릴리안

어쨌든 살아남지 않았는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 있고, 남 보기에는 보잘것없을지언정 평생을 들여 이룬 작은 성취가 있다.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p. 24 여행의 이유(김영하)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는 작가의 여행에세이이자 작가의 인생관을 담은 인문학 책이다. 김예지 작가의 '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있음을 보여준다.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불러주는 곳이 없어 힘들어하는 작가에게 손을 내민 건 엄마였다. 청소일을 하던 엄마는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네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 일단 이 일을 해보자고 하신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청소일을 시작했다. 청소일 4년 차 일러스트로서 불러주는 곳은 여전히 없고, 작가는 자신의 일상과 고민을 만화로 그려 독립출판을 했다. 그 책이 독립출판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면서 21세기 출판에서 다시 출판되어 나왔다.


'요즘 것들의 사생활:먹고사니즘'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김예지 작가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대학까지 나온 젊은 애가 청소일 하는 것을 보는 사람들의 편견,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청소일을 해오면서 겪었던 일과 지금의 마음 같은 것들이 들어있다. 이 인터뷰에서 내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내용은, 직업과 꿈에 관한 부분이었다. 작가에게 청소일은 생계를 위한 직업이며, 일러스트는 자아실현을 위한 직업이었다. 둘 중에 무엇이 중요하냐고 물어본다면이라는 질문에 생계가 우선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청소일과 일러스트는 무한동력의 하숙집 주인이 가지고 있는 두 개의 직업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청소일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고 말이다. 청소일이 있었기에 '저 청소일 하는데요'라는 책의 소재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책으로 출판하면서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자리도 잡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 꿈이 뭐냐고 물으면 직업을 떠올렸다. 나는 되고 싶은 게 많았고, 계속 바뀌었는데 모두 직업에 관한 것이었다. 공부를 잘해야 뭐든 될 수 있다고 하니 공부는 하는데 그래서 뭐가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몰랐다. 아마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랬을 것이다. 친구들 중에서는 아예 가지고 싶은 직업이 없는 친구도 있었다. 꿈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꿈이 직업이라는데 가지고 싶은 직업이 없으니 당연히 공부도 뒷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랐다. 그렇게 자라서 이제는 각자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꿈을 이룬 것이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Tvn의 유퀴즈에서 '



직업은 작가의 말처럼 생계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자아실현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직업이 목표는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미래의 직업을 선택했으면 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또 다른 한 가지 이 인터뷰에서 내 마음을 끈 질문은 제일 마지막에 등장했다. '꿈이 뭐야?'라는 질문에 관한 김예지 작가의 대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꿈이 뭐냐라고 물으면 직업을 말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대답을 한다고 말한다. 직업이 꿈이 되면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난 뒤에 무조건 행복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점을 말한다. 직업과 함께 어떤 어른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 순간 나는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꿈이 뭘까? 에 관한 생각도 했었다.


나의 20대와 30대는 김예지 작가가 청소일 4년 동안만에 깨달았던 것을 알게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마냥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쉽지 않았다. 어려웠고, 불편했고, 슬프기도 했었다. 아마 내가 만나는 10대의 학생들도 자라면서 겪을 것이다. 그들에게 두 번째 질문은 지금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10년쯤 지나고 문득 이 질문에 관해 생각해볼지도 모른다. 그때 조금은 마음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꿈과 직업은 계속 변하고 변주될 수 있으며, 그렇게 쌓여가면서 계속 찾아가는 거라는 걸.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마음에 간직하면서 살아가기를.


XL.jfif
XL (1).jfif




keyword
작가의 이전글5. 무한동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