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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안 Apr 12. 2021

곰과 나비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곰과 나비가 다퉜어요.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요.

마침내 곰이 벌렁 누워 발을 들었어요.

나비가 그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지요.

오, 달빛이 빛나는 밤엔 부디 나비와 다투지 말아요!




한국의 출판사로부터 <곰과 나비>라는 시를 처음 받아 들었을 때, 나는 다른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첫 그림을 그리이전에 이미지가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한 마리 곰과 한 마리 나비를 그릴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작업실이 온통 나비들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나비들은 사랑과 이해, 우정, 강하고 용감한 마음일 수 있습니다.

그림의 배경은 에칭 잉크로 작업한 모노 프린트입니다. 모노프린트 위에 칠을 해 여러 색의 층을 만든 후 구아슈, 수채와 아크릴 물감, 연필, 크레용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곰과 나비를 그렸습니다.  마리예 톨만 작가의 말 중에서




아동문학작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짧은 시에 마리예 톨만이라는  작가가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림책의 노란색에 끌려 혹시나 하고 펼쳐보니 시만큼이나 그림이 좋다. 작가 소개를 읽어 보니 1940년에 한창 활동했던 미국의 동화작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시를 1976년에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마리예 톨만'이라는 그림책 작가가 새롭게 탄생시킨 것이었다. 그 중간에 보림이라는 한국 출판사가 있었다. ‘마리예 톨만’은 시를 벽에 붙여 놓고 긴긴 날 동안 어떻게 그림책으로 구성할 것인가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마리예 톨만'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이야기는 책 가득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나비들이 등장한다. 시에는 등장하지 않는 나비와 곰이 다툰 이유가 등장하고 그 이유 때문에 곰은 나비들에게 낮부터 밤까지 혼쭐이 나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리고 마침내 밝은 보름달이 뜬 밤 물속에 떠 있는 곰의 앞발 위에(나는 왜 시를 보며 자꾸 뒷발 앉는다고 생각했을까? 곰은 발이 네 개인데..) 내려앉는다.


잠시 상상해 본다. 보림의 한 기획자는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동화와 시를 무척 좋아했을 것이다.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시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을까? 원래 이 시는 시집 ‘벌레와 물고기와 토끼의 노래’에 실려 있었다고 하니 그 시집을 내었어도 되었을 것이다. 동시집이니 시집 곳곳에 어여쁜 그림을 넣어서 말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다른 선택을 했다. 한국도 아닌 무려 네덜란드의 그림책 작가를 섭외해서 이 시에 잘 어울리는 그림책을 의뢰한다. 그 작가는 받아들였지만 2년 동안 이미 하던 다른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출판사는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다른 작가를 섭외할까? 접을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 사이 담당자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출판사 사장님이 간절히 원한 작품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오랜 기다림 끝에 이 그림책을 받고 이 출판사는 많이 기뻤을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그림 작품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이다. 출판사에서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작가에게 이 책의 그림을 의뢰한 이유에 걸맞은 멋진 그림을 받았다. 상상치도 못한 노력과 정성, 기다림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보통 외국인의 그림책에 번역가가 등장하외국의 출판사 그림책의 판권을 구입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렇게 공을 들여 한국에서 시 그림책을 출판하다니 어떤 출판사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1976년 ㈜보림출판사 설립 이후 31년간 그림책 만들기에 전념해왔으며 명실공히 그림책 분야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수많은 수상 내역보다도 더 값진 것은 보림출판사는 아이들을 위해 지금껏 좋은 책을 만들어 왔으며 아름답고 소중한 정서 함양에 기여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림책 분야에서 대한민국 선두기업이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여 아름다운 마음으로 좋은 그림책을 계속해서 만들어 갈 것입니다. 보림출판사는 구성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부여하고, 구성원들과 함께하며, 구성원이 이 사회에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입니다.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소중한 꿈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곰과 나비'라는 그림책을 알고, 출판사 소개를 보고 있자니 어디 하나 틀린 말이 없는 회사 소개 같다. 짧은 회사 소개글에 자신들의 신념을 깊이 고민해서 축약해서 잘 넣어 둔 느낌이다. 하나하나 정성과 애정을 들여 만드는 이런 회사라면 조금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는 일이 생겨도, 다음 날 또 회사에 가고 싶어 질 것 같다. 재미없지만 월급 때문에 회사를 다닌다는 말은 하지 않는 직원들이 다니지 않을까? 가끔 힘들고 지치는 일도 있지만 함께 고민하고, "아~ 힘들어. 싫다 이런 거" 하다가도 즐겁고, 보람된 새로운 일이 생기면 벌떡 일어나 같이 달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일 것만 같다. 함께 멋진 곳을 바라보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러 매일 출근하고 싶어 지는 곳을 같이 만들어 보고 싶어 지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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