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무냐무는 냠냠, 너무너무

이파라파냐무냐무(이지은그림책:사계절:2020)

by 릴리안

곰인 듯 토끼인 듯 커다란 검은색의 어떤 것이 하얀 컵에 담긴 마시멜로를 연상시키는 하얗고 동글동글한데 모자를 쓴 어떤 것을 코코아로 보이는 물에 담긴 것을 보고 있다. 맛있겠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짓고 혀를 내밀고 있다. 그 까만 덩어리 친구 주변으로 마시멜로로 추정되는 친구들이 낑낑거리며 실로 까만 덩어리 친구를 묶으려고 하는 것 같다.

책이 집에 오는 순간 아이들이 눈을 반짝인다. 보자마자 ‘이파라파냐무냐무’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인제 그만 잠을 자자고 엄마가 소리를 지르기 전까지. ‘왜 이렇게 소리를 질러’라고 했더니 책에 적혀 있어서 읽을 뿐이란다. 그러면서 또 까르르 웃는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달리기를 한 것도 아니고 신나는 놀이를 한 것도 아닌데 언어유희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즐겁다는 것이 신기하다. 책을 서로 돌려 읽더니 10시가 되어서는 두 아이가 합창해서 조용히 하라고 하는 내 소리가 그 합창에 가려져 결국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이 이제야 조금 조용해졌다. 그제야 나는 아직 읽지 않는 책에서 ‘이파라파냐무냐무’가 무슨 뜻인지 물어본다. 아이들이 “엄마 몰라? 이빨 아파 너무너무‘잖아.” “엄마는 안 읽었으니까 모를 수도 있지.” “나는 읽자마자 바로 알았는데.” 옆에서 “나도 나도” 어떻게 그걸 알아채지 못하냐는 표정들을 짓더니. 엄마가 몰랐다는 사실에 또 흥겨워졌었다. '이파라파냐무냐무' 덕분에 한참을 까르르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이파라파냐무냐무’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시멜롱 마을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면서 시작된다. “이파라파 냐무냐무”라는 괴성이다. 이것이 어째서 괴성으로 들리냐 하면 마시멜롱 마을에서 저기 멀리 보이는 산골짜기 사이에 거뭇한 물체에서 커다랗게 글씨가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이러니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마시멜롱들은 산보다 크고 시커먼 존재가 하는 말을 듣고 자기들을 잡아먹으려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마시멜롱들은 맛있는 걸 먹을 때 ‘냠냠’ 먹는데 크고 까만 그것이 자꾸 ‘냐무냐무’하는 소리가 냠냠하고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마시멜롱들은 이제 자기들을 잡아먹으려는 커다란 것과 싸운다. 그러나 마시멜롱들의 노력은 언제나 물거품이 된다. 커다란 그것은 마시멜롱들의 공격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을 정도이다.


실패한 작전들을 뒤로하고 다음 작전을 수행하려는 순간 한 마시멜롱이 말한다.

“정말 털숭숭이가 우리를 냠냠 먹으려는 걸까요?
털숭숭이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요. “

그러자 다른 마시멜롱들이 말한다.

뾰족한 발톱
시커먼 털
천둥 같은 목소리
덩치도 무시무시해.
가만히 있으면 냠냠 먹힌다.

그런데도 어떤 확신이 생긴 마시멜롱은 혼자서 직접 털숭숭이를 만나러 떠난다.




‘인문예술 미디어 콘텐츠의 활용(김수연)’ 에는 콘텐츠의 3요소인 매체(기술), 소재(이야기), 서사(심층 서사)에 대해 설명한다. 책은 콘텐츠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치유적 콘텐츠 기획을 위해 고전 콘텐츠에 심층 서사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사씨남정기, 드라마 '비밀의 문'에 등장하는 사도세자, 배비장전, 등 우리가 익히 아는 고전을 화해와 치유의 서사로 읽어내는 내용이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콘텐츠가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에 대해서 말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20세기까지 우리는 경쟁과 갈등과 배척의 서사를 조장하고 지향했습니다. 그리하여 ‘막장’이라는 것이 하나의 장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상업적 성공을 낳는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21세기가 시작된 지금, 사람들은 조금씩 화해의 서사를 원하게 되었습니다. 갈등의 서사가 결코 좋은 콘텐츠 일 수 없음을 생활 속에서 이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20세기적 가치관을 가지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기간 우리의 감각을 자극할 수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21세기 콘텐츠의 심층 서사는 20세기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방향으로 짜여야 할 것입니다. P.19

<인문예술 미디어 콘텐츠의 활용>



마시멜롱과 털숭숭이는 귀여운 캐릭터와 언어유희 속에서 거대한 두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것, 편견의 무서움과 이를 이겨내는 용감함 그에 따른 이해와 화해의 메시지를 즐겁고 따뜻하게 보여준다. 재미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주고 삶의 자세를 새롭게 점검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문예술 미디어 콘텐츠의 활용’을 읽고 그림책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꼭 무섭게 쓰지 않아도, 화내면서 말하지 않아도 사람의 변화시키는 서사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아이와 내가 나누는 이야기를 생각해본다. 아직 미숙할 때도 있고 너무 대충 살아서 걱정인 경우도 있다. 상처를 치유하는 심층 서사를 알게 되면서 조언이나 잔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한번 더 생각하고, 어떻게든 그럴싸한 칭찬을 할 거리를 찾는다. 거기에는 고민해서 말한 나의 말(서사)에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어 변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있다. ‘이파라파냐무냐무’를 읽고 두 아이가 장난치고 이야기를 나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서로를 감싸주고, 까르르 웃는 모습이 똑같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많이 신경 쓰지 않아도 경쟁, 갈등, 두려움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20세기를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따뜻함과 이해, 용기 있는 한 걸음으로 사람과 세상을 채워나가는 21세기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슬며시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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