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웃기지 않냐? 이 여자, 정말로 바보지 뭐야. 우리는 진짜로 올림픽은 깨끗이 잊으라고 말했는데 그걸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해버렸잖아. 그러고는 결과가 잘 나왔다고 우리한테 감사하고 있어. 깊은 통찰력에 경의를 표하며, 라잖아. 근데 그런 게 어디 있냐고, 우리한테.” p.81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모르는 큰 고민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그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러면 상대방은 자신의 처지에서 고민을 들어주고 조금 더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자기 생각을 상담을 요청한 사람에게 들려준다. 그러면 그대로 행동하는가 하면 결국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원래 생각한 것이 아니더라도 자기 안에 있는 어떤 것을 떠올려 행동에 옮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면 이런 문장이 매 장 마다 등장하며 그때마다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된다.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은,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p. 167
평소 내가 상담을 하거나, 받을 때 느꼈던 감정이 어떤 실체가 되어 말로 옮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떤 위로도, 설득도, 변화를 위한 다그침도 그 사람의 마음에 제대로 닿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나 자신도 상대방이 보내주는 메시지를 마음으로 거부하거나,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영화관에서 봤을 때 지독한 연주라고 느꼈던 것은 고스케의 마음 상태가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어떻게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p.320
책에 등장하는 고스케라는 인물은 나미야 씨에게 상담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에 따라 행동한다. 온 세상이 자신에게 그렇게 행동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나미야 씨도 나의 상황을 안다면 똑같이 충고했을 거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미야 씨의 충고대로 했다면 다른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당시 자신의 마음이 중요하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지만, 이제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오래전 베스트셀러를 읽을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때 읽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이라서 더없이 좋았다. 내가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쓰기 시작 한 뒤에 읽어서 지도를 더 환하게 밝혀주는 것 같았다. 아마 처음 출간되었을 때였다면 다른 부분에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나미야 잡화점에 보내는 내담자의 편지는 나미야 씨의 마지막 상담편지에 적혀 있는 내용처럼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 일 경우가 많다. 내 안의 지도가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 돌아볼 방법을 잘 모르는 것이다. 그러다 그들은 나미야 씨에게 편지를 쓰면서 지도나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발견한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의 글을 쓰는 행위가 바로 내 안의 지도를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나에게 기대 오던 학생들에게 내가 무슨 도움이 되었을까? 그들은 결국 그들의 길을 가는 걸이라고 회의를 느꼈던 적이 있었다. 실컷 대화를 나누고 나서 보면 별반 달라지지 않았던 모습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졸업한 후에 연락 한 학생들은 말한다. 그때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들이 큰 힘이 되었다고. 글쓰기 하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며 생각한다. 그들은 내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만의 지도를 찾았을 거라고, 그리고 진지하게 함께 고민해준 나의 마음을 기억해 주리라고.
“그래도 이 사람은 기뻤을 거예요. 농담 삼아 보낸 질문을 무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해준 거. 그래서 계속 기억하고 있었겠죠,” p. 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