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이보다 흐미엘레프스카:논장:2011)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는 그림이 아니다. 똑같은 황색 재질의 천에 손바느질로 일일이 만든 그림들을 올려놓은 모양새이다. 책의 표지도 같은 질감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렇게 표지를 펼치면, 표지의 앞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서랍장과 바늘꽂이 등의 퀼트 작업한 부분의 바느질의 뒷면이 나온다. 아름답게 완성된 표지의 모양과 다르게 뒷면은 여기저기 꼬매고 마무리 한 천의 뒷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미 이 책은 보통의 그림책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그림책이라고 하면 생각하게 되는 다양한 미술용품으로 종이에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황색천을 도화지로 사용하고 그 위에 한 땀씩 그림을 꿰어 넣었다. 그리고 그 그림을 꾹 눌러 스캔한 것 같은 모양새이다.
첫 페이지를 펼치면
우리 딸은 숨는 걸 좋아해요. 껍데기 속으로 숨는 달팽이처럼.
황색천 중앙 아래에 손수건 같은 모양의 천 안에 여자아이가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수놓아져 있다.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그 천 조각보의 뒷면이 커다란 황색천에 기워진 모습이 나온다.
우리 딸은 숨는 걸 좋아해요.
우리 딸은 새처럼 즐겁다가 에는 빨갛고 예쁜 장롱이 있고 장롱의 열려있는 공주님이 입을 것 같은 예쁜 드레스가 보인다. 그 장롱 위에 새가 머리를 내밀고 있다.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물개처럼 슬퍼요. 가 나오고 예쁜 장롱이 황색천이 기워진 모습 위로 슬픈 눈을 한 물개가 쳐다보고 있다.
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람 마음에 들어 있는 양면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림과 글로 보여준다. 동물들을 등장시켜서. 그림책에 등장하는 말들은 나인 것도 같고, 내가 딸을 바라볼 때 그렇게 하라는 것도 같다. 나의 딸들은 친절했다가, 사나워지기도 하고 힘차다고 생각했다가도 순간 여려지기도 한다는 걸. 사람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꾸 한쪽으로 규정 지으려 한다. "저 사람은 이런이런 사람이라서 그러는 거야. 걔는 절대 고쳐지지 못할 거야." 같은 말을 우리는 너무 쉽게 내뱉는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자신은 소심하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들 마음속에 소심함을 가지고 있다. 그걸 티 내는 사람과 티 내지 않는 사람, 조금 덜한 사람과 더 많이 소심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소심함은 어떤 이유로 줄어들기도 하고, 어떤 이유로 더욱더 커지기도 한다. 어떤 장소와 어떤 일에는 한껏 소심했다가, 다른 곳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소심함을 벗어던지기도 하는 것이 사람이다.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는 그런 사람 안의 다양한 모습을 바느질의 양면으로 모습으로 전달한다.
책의 마지막으로 가면 이제 그림은 반대가 된다. 천의 뒷면이 먼저 나온다. 숨은 딸을 찾고 있는 엄마다. 엄마는 저 문 뒤에 달팽이처럼 꼭꼭 숨은 딸을 발견한다. 그리고 딸은….
속으로는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겉으로는 단단하고 숨기를 좋아하지요.
우리 딸은
나에게
이 모든 것 이에요.
부끄러움이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는 수줍어 하지만 누구보다 씩씩하게 인사를 잘하는 첫째 아이도, 인사하는 건 부끄러워하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하나도 떨지 않고 잘 해내는 둘째 아이도 나에게 이 모든 것이다. 사람들과 오래 대화하면 늘 피곤해하면서도, 또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양면적인 모습 두 가지다 나이다. 부모님 앞에서는 한없이 게을러지고, 아이들 앞에서는 부지런을 떠는 것도 나다. 출근해서는 하루 종일 방싯방싯 웃고 있지만 집에 가는 길에 무표정한 모습도 나다. 그렇게 우리는 양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하다. 그 생각을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으면 나를 이해하는 것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조금 더 쉬워진다. 그러면 가장 좋아지는 것은 결국 휘말려 살아가야 하는 나라고 생각된다.
작가는 폴란드 전역에 있는 서유럽에서 온 헌 옷을 파는 옷가게에서 사 모은 헌 옷을 이용했다고 한다. 바닥이 되는 황색천은 어딘가에 걸려있던 커튼이란다. 헌 옷들을 골라서 작업하는 것은 새천으로 구미에 맞게 하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들었을 텐데 그렇게 만든 이유는 그 물건들 속에 사용자의 경험과 에너지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서라고 한다. 처음에도 좋았지만 작가의 말을 읽고 세 번쯤 읽을 때야 비로소 책의 진정한 가치가 보인다. 오랜 시간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생각한 시간을 거쳐 마침내 표현한 작가의 마음의 가치가.
우리의 본성은 완벽하지 않고 어떤 일이나 마무리는 힘든 법이니까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남들에게 보여주는 앞면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