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나무

숀 탠

by 릴리안

때로는 하루가 시작되어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합니다.

어둠이 밀려오고

아무도 날 이해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귀머거리 기계

마음도 머리도 없는 기계

때로는 기다립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은 한꺼번에 터집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그냥 날 지나쳐가고

끔찍한 운명은 피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자신도 모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 있는지

하루가 끝나가도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림책 연수에서 처음 만났다. 그림을 보는 순간 우울하고 답답한 슬픔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마지막에 희망처럼 빨간 나무가 나타난다. 그리고 다시 강사님은 제일 앞장으로 돌아가서 사실 모든 장면마다 빨간 나뭇잎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준다. 희망은 사실 내 안에 있었다는 이야기라고 말해주신다.


'빨간 나무'를 읽고 있으면 별달리 우울하지도 않아도 그 속으로 휩쓸려 같이 답답해진다. 그러다 강사님이 마지막에 해주신 말이 퍼뜩 다시 생각난다. 이 책은 우울해 보이지만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했던 말. 그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던 것 같은데 다시 찬찬히 읽어보는 '빨간 나무'에서 나는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 희망을 말하는 부분을 위에 적지 않았다.


밝고 빛나던 모습으로 내가 바라던 그 모습으로


한없이 슬프고 우울한 사람에게 그래도 너의 안에 희망이 있어 이게 당연한 거니 너도 너의 안에서 희망을 찾아내어라고 강요하는 듯해서 마음이 들지 않는다. 힘들고 지친 사람에게 충고와 희망적인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주면 그 사람이 '맞아. 그렇지' 하고 일어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때론 그것만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그러니 이제는 일어나라고 잔인하게 말한다. 그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 나도 그랬어. 그렇게나 힘들었어. 많이 힘들지."라고 말하고 같이 울어주고 옆에 함께 있어 주는 게 아닐까 한다. 그러고 나면 스스로 빨간 나뭇잎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


당연히 나뭇잎은 옆에 있는 사람이 대신 발견해 줄 수는 없다.


빨간 나무 책의 모든 장면들과 대사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타인과의 관계나.. 자신 안에 우울함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어서 좋지만. 내 방안에 있는 크게 자라난 빨간 나무는 조금 억지스럽다.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우울한 사람들에게 그 내용이 위로가 되는 걸까? 아니면 작가는 그렇게 자신 안의 빨간 나무를 결국 발견한 걸까? 나는 내 안의 빨간 나무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아요. 그러니 당신도 힘내세요'라고 위로할 자신이 없다. 다만 힘든 사람의 곁에 있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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