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토(甘党)’와 ‘카라토(辛党)’
일본에는 ‘아마토(甘党)’와 ‘카라토(辛党)’라는 말이 있다. ‘아마토’는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 ‘카라토’는 단 것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단 것을 좋아하면 술을 즐기지 않고, 술을 즐기면 단 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일반화의 법칙 비슷한 것이 있나 보다. 실제로 주위를 봐도 디저트 종류를 자주 먹는 이들은 술을 덜 마시고, 술을 자주 마시는 이들은 케이크나 마카롱이나 초콜릿 같은 달콤한 것을 자주 먹지 않는 편이다. 그런 걸 보면 ‘아마토’와 ‘카라토’라는 말이 생길 법도 하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 일반화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 것도 술도 좋아한다. 꾸덕하고 진한 브라우니, 손으로 투박하게 부순 오레오 쿠키를 섞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생과일이 알알이 박힌 마카롱, 겉은 바삭하고 속은 보들보들 촉촉한 버터 풍미 가득한 크로와상, 겹겹이 쌓인 파이를 한 입 물면 바삭한 속에 퍼지는 녹진한 커스터드 크림이 매력적인 나폴레옹...
굳이 유명한 제과점에 가지 않아도, 당장 집 앞 편의점에만 가도 살 수 있는 맛있는 단 것들이 많다. 바삭한 쿠키와 찐득하고 달콤한 캐러멜에 초콜릿을 입힌 트윅스, 이가 시릴 정도로 쨍한 단 맛과 튀긴 쌀의 바삭함, 마시멜로의 찐득함이 중독적인 켈로그의 라이스 크리스피 트리츠, 카카오 풍미 빵 사이 하얀 크림이 커피를 부르는 몽쉘 카카오, 자몽의 쌉싸름한 맛과 젤리의 적당한 달콤함이 조화로운 허니자몽 젤리...
술도 좋아한다. 가리지 않고 다 잘 마시지만 굳이 따지자면 싱글 몰트 위스키와 와인, 진 같은 술을 좋아한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멋진 풍미가 있다. 와인도 수많은 브랜드와 품종이 있어 골라마시는 재미가 있다. 좋은 진으로 만든 진토닉은 맛이 각별하다. 맥주도 좋아한다. 더울 때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만큼 청량한 건 없다. 추운 겨울엔 따끈하게 청주를 따끈하게 데워마신다. 속이 확 풀리는 기분이다. 소주는 좋아하진 않지만 역시 한국음식엔 소주다. 특히 얼큰한 국물요리에 소주가 빠질 수 없다. 김치찌개 한 그릇에 달걀말이면 훌륭한 밥이자 소주 안주다.
이처럼 ‘아마토’이자 ‘카라토’인 나는 그래서 밤이나 낮이나 기호식품을 즐긴다. 졸린 오후에 달콤한 디저트와 진한 커피 한 잔, 밤에는 술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푼다. 물론 매일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그렇게 살다간 간과 혈관이 버티질 못할 것이다.
때로는 조금 억울한 생각도 든다. 한 가지만 좋아하면 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을 텐데 어느 쪽도 포기를 못하니 말이다. 게다가 과도한 당과 알코올은 건강의 주적이지 않은가?
한편으로는 ‘아마토’나 ‘카라토’는 어느 한 쪽의 매력을 모르지만, 나는 둘 다 알아서 좋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보다 삶의 즐거움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으로는 초콜릿 바를 하나 먹었는데, 단 걸 먹어서 그런지 술이 당긴다. 오늘 저녁은 국밥에 소주 한 잔?
Image _ Kingsman : The Secret Service (2015, Matthew Vaug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