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알 수 없다
나는 지방의 대도시에서 나고 자라 대학을 서울로 가면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외갓집이 서울에 있어 방학 때면 며칠씩 서울로 놀러 가곤 했는데, 그 때 서울이 너무 좋아서 크면 꼭 서울에서 살겠다고 생각했다(후에 영국음악에 빠지면서부터는 영국에서 살고 싶었다).
대학교 때 경험한 잠깐의 해외살이를 제외하고는 줄곧 서울에서 살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는 서울 남자와 결혼해 평생 서울에서 살겠구나 생각했었다. 특히 서울에 살며 좋아했던 것은 텅빈 명절의 테헤란로와 탁 트인 영동대로와 한남대교였다. 써놓고 보니 참으로 도로를 좋아했구나 싶다.
물론 주말이면 좋아하는 밴드의 홍대 공연을 보러 가거나 이름난 맛집을 찾거나 힙한 상점을 가거나 하며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도 마음껏 찾아다녔다.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한 20대였다.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더 이상 서울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
일의 특성상 사람이 많은 서울에서는 힘든 직업이었다. 업무가 바뀌며 남편은 많이 힘들어했고 퇴사까지 생각했었다. 나는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라고, 돈은 내가 벌테니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해 보라고 했다. 남편은 오히려 그 말에 힘을 얻어 부서 이동을 희망했고, 이 지독한 일의 지옥에서 벗어날 도피처로 강릉을 선택했다. 일이 좀 더 편하고, 무엇보다 관광지라서 연고 하나 없이 가도 즐겁게 일상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가자. 나도 여기 지겨워.
거짓말이었다. 서울에서 계속 살고 싶었다. 하지만 강릉은 한적한데 또 북적거리는 곳이라 재밌을 거 같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다는데 계속 서울을 고집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왔다.
강릉에.
이제 강릉에 8년째 살면서 인생이 참 알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불과 30대 초반에만 해도 내가 강릉에 살게 될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는데, 강릉에서 참 여러가지 활동을 하며서 이렇게 (어떻게든) 잘 살아가고 있다니 말이다.
하루하루 강릉에서 삶을 보내며 이 일상을 기록하고 또 공유하고 싶었다. 브이로그를 찍으려면 집안 청소를 열심히 해야 하니(쌍둥이 키우면서 깨끗한 집안 유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내가 잘하는 글쓰기로, 앞으로 강릉라이프에 대해 차분하고 즐겁게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