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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리 Aug 28. 2024

‘솔향강릉‘을 아세요?

그 ‘솔향’이 ‘소나무 향기’가 아니라면서요

도시마다 슬로건이 있다. 전에 몰았던 차에 달린 내비게이션은 새로운 도시에 진입하면 도시 소개문구를 함께 말해주었다. 단순히 ‘서울특별시입니다’라고 안내해주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이 사랑하는 도시, 서울특별시입니다’라는 식이다. 그래서 새로운 곳을 지나갈 때면 늘 뭐라고 안내해주는지 귀 기울이곤 했었다. 각 지역에서 내세우는 장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납득이 가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문구도 있었고, 이런 게 유명한 곳이었구나, 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이렇게 각 지역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슬로건이 있다. 어떤 슬로건은 시장이나 도지사 등 지자체의 최고권력자가 바뀔 때마다 사라지고 또 새로 만들어지지만 어떤 슬로건은 정치와는 상관없이 살아남는다. 그만큼 모두가 공감하고 좋아하는 멋진 슬로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강릉의 슬로건은 ‘솔향강릉’이다. 소나무 그림과 함께 써있는 ‘솔향강릉’이라는 문구를 처음 마주하면 ‘강릉이 그렇게 소나무가 유명한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지만 며칠만 강릉에서 지내보면 확실히 소나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바닷가를 따라 길게 조성된 소나무숲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다. 새파란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 바로 뒤에 푸른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은 전국 어딜 가도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시원한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돗자리 펴고 앉아 바다멍을 즐기기에도 좋고, 솔잎 자박하게 깔린 솔숲을 걸어도 좋다.

허균 허난설헌 생가나 선교장 주변에도 소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다. 선교장 주변엔 몇백 년 된 소나무들도 있다. 그야말로 강릉이 가진 보물이다.

솔향수목원에 가도 소나무를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솔향수목원의 울창한 소나무숲은 칠성산 자락의 금강소나무 원시림으로, 인공적으로 꾸민 수목원들과는 다른 차원을 자랑한다. 소나무도 멋지지만 다양한 꽃나무와 식물들이 있어, 사계절 찾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은 송정해변 근처의 솔숲이다. 왕복 2차선 좁은 도로를 가볍게 드라이브해도 좋고, 차에서 내려 걸어도 좋고, 캠핑의자 펼쳐놓고 앉아서 책을 읽으면 더 좋다. 근처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막국수집도 있어 식사를 해결하기에도 제격이고, 조금만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안목해변이라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소나무 가득한 ‘솔향강릉’의 ‘솔향’이 당연히 ‘소나무 내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이 ‘솔향’은 ‘소나무의 고향’이라는 의미로 쓴 것이라고 한다. 강릉에서 오랫동안 지역의 역사와 학문에 대해 연구하신 모 교수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국내 문헌에서 처음 소나무가 언급된 것이 바로 강릉 지역의 소나무라고. 중생대 백악기층에서 소나무류 화석이 출현했지만 사료에서 처음 ‘소나무’가 나온 곳이 강릉이기 때문에 소나무의 고향이라는 것이다.

    

처음 시작이야 어찌됐든 ‘솔향’은 ‘소나무의 고향’, ‘소나무 내음’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다. 홍보자료나 팸플릿에서도 ‘솔내음 가득한 솔향강릉’이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중의적으로 쓰일 수 있는 단어는 역시 매력적이다.


소나무와 바다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도시. 비록 봄에는 송화가루 때문에 환기도 제대로 못하지만 소나무는 이 도시의 자랑임에 틀림없다. 조금씩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솔숲을 거닐어 봐야겠다.      

 

노추산 모정탑길도 울창한 솔숲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마치 무협영화에 나올 것 같은 곧게 솟은 나무들이 웅장한 느낌을 준다. 속세를 떠난 호젓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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