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를 읽기 전에는 표지의 코끼리와 그 앞의 새끼 코끼리가 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보니 이것을 코끼리 두 마리로 표현한 디자이너에게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은 인간의 약점, 그리고 심리학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 넛지(Nudge)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똑똑하지만 동시에 멍청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비현실적이고 낙관적이고 충동적이며 비합리적인 면이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목표나 사람들을 위한 더 나은 선택으로 유도하는 넛지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대표적인 예이다. 안 좋은 의향으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넛지는 다이어트를 도와줄 수도, 더 나은 모기지 옵션 선택할 수도, 금연을 유도할 수도 있는 훌륭한 도구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 유학 온 외국인 유학생이 TV 프로그램 300개 중 30개를 선택해야 한다고 해보자. 이 유학생은 한국 TV 프로그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이럴 때 외국인을 위한 나중에 바꿀 수 있는 TV 프로그램 디폴트 값이 있으면 참 좋지 않을까? 유학생은 귀찮은 일이 없어서 좋고 회사는 프로그램을 고르는데 몇 시간을 쏟고 있는 고객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게 디폴트 (Default)가 있는 옵트 아웃 (Opt-out)이다. 하지만 디폴트 값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 유학생은 300개 중 30개의 프로그램을 일일이 골라야 할 것이다. 이때 이 방법이 디폴트 값없는 옵트 인 (Opt-in)이다. 이런 복잡하고 많은 선택지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효과적인 넛지를 위해서 옵트 인보다는 옵트 아웃이 더 유용하다.
이 책에는 그 외에 여러 가지 창의적인 넛지의 예시들이 있다. 다이어트할 때 친구와 돈을 걸고 내기한다든지, 사고가 자주 나는 자동차 도로의 흰색 선 사이를 점차 좁혀가 주행자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느끼게 해 속력을 줄이게 만든다든지 말이다. 본인은 넛지에 대해 꽤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엔 단점이 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넛지를 행한 주체가 사악한 목적의식을 가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그렇지 않고 사람들을 위했더라도 결과가 안 좋았다면 어쩔 것인가? 애초에 옳고 그름을 어떻게, 누가, 그리고 어떤 자격으로 구별할 것인가? 지금 행하고 있는 넛지가 좋은 넛지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과체중에 따른 각종 심장병, 흡연으로 인한 폐암, 과음으로 인한 간암 등은 매우 직관적이다. 모든 사람과 사회가 이것들을 안 좋은 것이고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복잡하게 모기지 옵션이나 저축 등의 경우는 어떨까? 감히 누가 좋고 나쁘고를 판단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고 넛지를 똑똑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똑똑한 정부의 바른 대처와 현명한 국민의 관심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