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년 1월 4일이다. 미루다 보니 늦어진 연말정산.
2020년의 시작에 나는 많은 목표와 계획을 세웠다.
그중 하나가 "독서 습관 기르기" 였다. 더욱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기 위해 한 달에 1권, 그러니까 2020년에 총 12권을 읽는 게 나의 목표였다.
나는 2020년에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까?
*앞에 오는 언어가 내가 읽은 책 제목이고 괄호 안에 있는 언어가 실제 원서 제목이다. 1은 일본, 4는 한국 책이고 10부터 13은 영어 원서로 읽었다.
*읽은 날짜는 xxxx.xx.xx 이렇게 표기했다.
1.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色彩を持たない多崎つくると、彼の巡礼の年)
2020.4.20
"노르웨이의 숲"을 쓴 일본 소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야설인가 문학인가 싶다가도 여운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엔딩이 이해가 안 가기 때문이다.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다. 일본 문학 특유의 잔잔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가 흐르며 또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와 감정선에 대해 잘 다루었다.
2.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2020.4.20
워낙 유명한 책이어서 할 말이 없다. 진화생물학의 거장 리처드 도킨스의 재밌는 입담과 그의 흥미로운 가설이 모여 훌륭한 대중적인 책이 나왔다. 다윈은 "종"의 이기심을 말했다면 도킨스는 "유전자"의 이기심을 풀어낸다.
3. 코스모스 (Cosmos)
2020.4.25
이렇게 문학적이고 아름다운 과학책은 처음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우주의 경이로움에 미치지 않고 인간, 외계인, 문명, 동물 같은 다른 여러 가지의 것들도 포함하고 있었다.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표현은 아직도 머리에 남을 만큼 아름다웠다.
4. 복지국가
2020.5.1
서울대 정원오 박사의 복지국가는 매우 짧고 굵다. 현대 정치의 종류와 그에 관한 간단한 역사에 관해 쓴 복지국가는 특히 나라별 다양한 복지의 종류에 관해서 설명한다. 요즘 정알못인 청소년이나 성인들이 읽는데 적합한 책이다. 무엇보다 짧다!
5.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
2020.6.15
작가의 개그, 입담, 글솜씨가 미쳤다. 정말 재밌어서 낄낄 웃으면서 읽었다. 생각하니까 또 웃기다ㅋㅋㅋㅋ 아 웃겨ㅋㅋㅋㅋㅋㅋㅋ 내용도 매우 좋다. 근데 진짜 웃기다ㅋㅋㅋㅋㅋ
6.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2020.7.1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는 노인과 청새치의 결투를 그렸다. 끝이 허무하지만, 노인의 사실적이고 담담한 노인의 어투가 내 마음을 끌었다. 재밌었다.
7. 모던 타임스 I (Modern Times: The World from the Twenties to the Nineties)
2020.7.18
모던타임스는 과학, 예술, 그로 인한 분위기와 사상, 그 모든 요소를 담은 이해가 가는 게 마땅한 세계사를 담아냈다. 세계사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지루한 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내 머릿속에 있는 다른 지식과 겹치는 부분을 맞닥뜨리게 되면 그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8. 아웃라이어 (Outlier)
2020.7.28
말콤 글래드웰의 아주 유명한 "1만 시간의 법칙"을 창조한 아웃라이어.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통계와 분석으로 이루어진 사회과학은 진정한 의미의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대와 성공의 상관관계에 관한 아이디어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9. 넛지 (Nudge)
2020.8.4
이미 나온 지 꽤 오래된 책이어서 실생활에 넛지를 적용한 일이 많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넛지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여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넛지를 알려준다.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물론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례 하나하나가 흥미로웠다.
10. Six Easy Pieces
2020.9.4
사실 빨간 책, 그러니까 "The Feynman Lectures on Physics"로 알려진 책을 읽으려 하였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어려움을 느낀 나는 초반 부분만 읽고 멈췄다. 그리고 딱 봐도 쉬워 보이는 "Six Easy Pieces"를 집어서 읽는데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의 초반 부분을 떼 온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렵지만 그만큼 재밌고 기본적인 내용이 많으니 물리학에 관심이 많은 초심자라면 다른 책을 읽기 이전에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기를 바란다.
11. And Then There Were None
2020.9.17
미스터리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한 섬에 도착한 10명의 사람의 실종 사건에 대해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나는 끝까지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내가 지금껏 읽어 본 소설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정말 재밌었다.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And Then There Were None"은 필독서이다.
12. Lord of the Flies
2020.9.30
독일군의 사격에서 피하고자 피신하던 어린 영국 소년들이 비행기 채로 어느 외딴 무인도에 추락한다. 자원과 음식이 풍부한데도 일어나는 소년들의 사투를 그린 윌리엄 골딩의 대표작, "파리 대왕"이다. 사람들의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군중 심리를 잘 표현한 소설이었다. 그리 재밌진 않았다.
13. Macbeth
2020.10.1
영국이 낳은 최고의 문호라 지칭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Macbeth"는 욕심이 과했던 맥베스의 파멸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 취향이 아니다.
14. The Great Gatsby
2020.12.26
별 기대를 안 하고 봤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소설이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그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위대한 개츠비"는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사랑만은 가지지 못한 남자, 개츠비에 관한 소설이다.
"They were careless people, Tom and Daisy — they smashed up things and creatures and then retreated back into their money of their vast carelessness, or whatever it was that kept them together, and let other people clean up the mess they had made."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이다. 별말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슴에 꽂히는지.
읽고 있는 책
1. 21 Lessons for the 21st Century
2. A Brief History of Time
3. BIG QUESTIONS 118 원소 (The Elements: The New Guide to the Building Blocks of Our Universe)
4. 서양미술사 (The Story of Art)
5. Algorithms to Live by
6. Hamlet
총 14권으로 2020년의 목표는 달성했다. 이번 연도는 코로나 때문에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2021년의 목표는 똑같이 12권이다. 일 년에 한 권 읽을까 말까 하던 나인데 이렇게 읽다니 감격스럽다.
내년에도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