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 vs 이해, 수학을 공부하는 두가지 방식

수학을 잘못 공부하는 방법 11편

by 리나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면 어떠한 답변이 돌아올까.


수학은 암기해야 하나요?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학선생님이라면 이러한 질문엔 당연히 No! 라고 말씀하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통계를 내본 것도 아니니 비율은 알 수 없지만, 내가 보았던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과 댓글들에선 충격적이게도 "수학은 암기" 라는 내용들이 꽤 많이 보였다. 물론 그 중에서는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직업상 수학을 써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의외로 이 대답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그 분들의 주장을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외우다 보면 이해가 된다


즉, 수학이라는 학문은 결국 개념의 이해라고 하는 과정이 빠르든 늦든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수학, 그거 암기하는 거야" 라고 하시는 선생님들조차 학원 이나 교재의 홍보문구에는 개념이해의 중요성을 반드시 얘기하시는 편이다. 거기서도 뻔뻔하게 "수학은 암기다" 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 분은 매우 드물기는 하겠지만,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말씀하시는 것이라 비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수학을 공부하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암기 vs 이해


"수학은 암기다" 라고 하는 방식은 문제를 반복해서 숙달될 때까지 풀어서 외우는 방식이다. "수학은 이해다" 라고 하는 방식은 개념을 잘 이해한 후에 문제를 고민해서 풀어보는 방식이다. 이 두가지 방식의 관계는 서로 대립적이기도 하지만,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수학공부에서의 이상과 현실을 언급하고 있다.


"수학공부를 잘 하려고? 그렇다면 개념을 잘 이해하고, 시간을 들여서 문제를 풀어. 그게 수학공부의 왕도지." 라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이상적인 방향이다. 문제는 저렇게 이상적으로 공부하면, 아이들의 성장이 초반에 매우 늦어진다. 그냥 문제를 열심히 알 때까지 풀려서 문제를 딱 보면 풀이방법까지 떠올라서 보자마자 바로 계산으로 들어가는 애들과 같이 시험을 보면, 그냥 반복숙달시킨 학생이 더 빨리 성장한다. 그리고 이상적인 왕도를 걷게 만든 아이들은 성적이 안 나와서 결국 현실적으로 수학을 암기시키는 학원으로 옮기고 만다. 그래서 "수학 개념을 이해시킨다고? 머리가 나쁜 애들은 그게 안 돼요. 고민 자체가 불가능한 애들이거든요. 그렇다고 수학시험 망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면 그냥 외우게 시켜서 문제 풀려야 점수가 나와요. 그게 현실이에요."


나도 저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이상을 쫓고자 했다가 정말 폭삭 망할 뻔 했다. 내가 아무리 이게 옳은 방식이라며 이상을 쫓고자 해도, 나한테 배우다가 다른 학원으로 옮긴 아이들 수학시험 결과가 더 좋았으니까. 돈을 떠나서 그런 상황의 반복은 내 멘탈을 아주 가루로 만들어 놨다. 그래서 나도 아주 예전에 이상을 쫓기를 포기하고, 그냥 현실에 타협해서 남들과 똑같이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했었고. 뭐, 언젠가 얘기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상을 쫓기 위해선 지독한 현실주의자이어야 한다는 걸 그땐 잘 몰랐다.


그래서 많은 수학 선생님들이 실제로는 암기 위주로 가르쳐도 겉으로는 개념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그것은 수학 선생님으로서의 마지막 양심 같은 거니까. 그리고 나는 "수학은 암기" 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선생님들도 마주친 냉엄한 현실을 극복하지 못 하셨을 뿐, 수학이 처음부터 그런 학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셨을 거라고 믿고 싶다.


자, 이제부터 나의 얘기를 하겠다. 그 이유는 보통 사람들은 두 방법 중의 하나만 맛보는 경우가 많아서, 두가지 방법이 실제로 어떤 식으로 아이의 뇌에 영향을 끼치는지 그 차이를 느끼지 못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두가지 방법을 모두 골고루 겪어봤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수학공부 방법에 대한 글을 쓸 수도 없없겠지만.


나는 초등학교 때 수학을 잘 하는 편은 아니었다. 머리가 좋아서 성적은 전체적으로 준수한 편이었지만, 수학이라는 과목에 대해서는 잘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수학을 공부하면서 깨달음을 얻었던 첫번째 경험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 과외를 받던 중에 얻었다.


그때, 선생님 좌우로 학생이 한명씩 있었고, 나는 오른쪽 학생의 오른쪽에 앉아서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는데, 선생님이 설명을 하고 나서 "다 이해했지?" 라고 물었을 때,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 한 상태였는데, 양 옆의 학생들이 모두 "네" 라고 대답하여, "아니, 내가 이렇게 머리가 나빴던가" 하고 자괴감이 들었다. 차마 모르겠다고 말할 수 없어서, 수업이 다 끝난 후에 나는 혼자 교재를 보면서 독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나는 책벌레 수준으로 책을 좋아해서 내 읽기 능력은 꽤 좋은 편이라 그것이 힘들진 않았다.


다른 내용들은 계산 위주라서 그냥 숙달만 하면 되었다면, 일차방정식의 활용에서 우리가 보통 말하는 거속시(거리, 속력, 시간) 문제에서 막혔다. 문제를 읽고 뭘 해보려고 해도 전혀 손을 대지 못 하였고, 답답해서 답을 봤는데, 답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 것이다. 그래서 그 설명을 이해하려고 나는 그 자리에서 2시간 동안 앉아서 혼자 끙끙대었는데, 어느 순간에 갑자기 확 하고 깨달음이 왔다. 그래서 다시 문제를 읽고 내가 이해한 바대로 방정식을 세워서 풀었더니 맞았다. 또한 다른 방식으로도 풀어봤는데 그 역시 맞았다.


지금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그 당시의 내 문제는 분수라는 개념, 이 문제에 한해서라면 비율이라는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하고 있었던 상태이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나는 그 당시 분수, 비율이라는 개념에 대해 전혀 알지 못 한 채로 문제를 풀어댔던 것이다. 재밌지 않은가? 개념을 전혀 알지 못 한채로 문제를 풀어도 초등학교 때 수학시험점수가 백점 가까이 되었다는 것이.


그 개념에 대해 몰랐던 폐해가 바로 이 때 드러난 것이다. 장담컨데, 지금도 마찬가지로 분수와 비율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채로 수학 백점 맞는 애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걸 제대로 이해했다면, 중학교 때 저 일차방정식의 활용 챕터에서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고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중학교 때는 거리, 속력, 시간에 대한 공식을 외워서 분수, 비율에 대한 개념에 대한 이해를 또 못 하고 다음으로 넘긴다. 이런 식으로 계속 그 개념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 하고 공식을 통해서 문제를 풀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어쨌든 그 깨달음 이후로 나는 수학이 정말 재밌다는 생각을 했으며, 실제로 방학 때만 수학공부를 전체 한학기 정도 훑었고, 학기 도중에는 그냥 수업시간에만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워낙 만화책 보는 것을 좋아해서 수학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학점수는 꽤나 좋은 편이었는데, 중학교 2학년 수학시험 때는 선생님이 시험을 좀 어렵게 내셔서 나도 문제를 풀면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결과물은 수학을 봤는데 6반부터 12반까지에선 내가 최고점수였었다. 앞반에 나보다 잘 한 사람이 있었겠지만, 뭐 나는 성적에 관심이 없어서 그 당시엔 그런가 보다 했었다.


그 당시 나는 수학이라는 과목이 공부 안 해도 되는 과목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수학은 내 편이라고 느꼈다. 실제로 국어, 영어, 수학에서 난 항상 최상위권에 위치했고, 만화책 보느라 다른 암기과목들은 신경을 안 쓰는 바람에 전체적으론 그저 그랬다.


그랬던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이 고등학교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명문고였다. 그러나 내가 이 학교에 지원했던 건, 대학을 잘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교생이 다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였다. 실제 입학시험을 볼 때는 중학교 3학년 시절 너무 놀아서 그 고등학교에는 갈 수 없으니까 포기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에 화가 나서 오기 때문에 억지로 시험 봐서 겨우 들어가긴 했으나, 애초에 공부 때문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나는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당시엔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으로 공부를 했는데,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학습한다는 건 생각도 못 해본 터라 나는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했다. 뭐, 그 당시엔 선행학습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었을 때니까. 그러면 하다못해 학교 수업이라도 열심히 들었어야 하는데, 나는 1학년 1학기 동안 내가 좋아하는 한문과 국어 정도만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수업시간에 졸았다. 그랬는데도 재미있는 것은 1학년 1학기에 봤던 마지막 기말고사 수학시험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좋은 점수를 올렸던 것이다.


그 말은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수학시험은 폭망했다는 말인데, 그 시험은 시험문제가 어렵지도 않았다. 그냥 평범한 20문제 정도의 수학시험이었다. 그런데 1번부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었고, 그냥 20번까지 거의 다 몰라서 패스 패스만 하다보니 시간이 거의 다 지나있었다. 그때 난 처음으로 수학시험을 보면서 손이 덜덜덜 떨리는 경험을 했고, 결국 반도 못 풀고 제출했다. 나는 그 당시에 나름 우수반에 편성되어 있었는데, 내 수학성적은 그 때 일반반 애들과 비교해서도 낮았다.


그래서 그렇게 망한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분석을 해봤는데, 아니 사실 분석할 것도 없나. 그냥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수학을 한번도 공부 안 했던 것이다. 그냥 문제에서 나오는 용어 자체를 처음 들었는데, 무슨 문제를 푼단 말인가. 그럼 왜 그 전까지는 성적이 좋았냐 하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의 전반부 과정은 대체로 중학교 전과정을 묻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때 수학에 문제가 없던 나로서는 당연히 공부를 안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가 바로 내 수학인생의 분기점이었다. 1학기 수학 전체 과정을 하나도 공부 안 한채로 이제 학교에서는 2학기 과정을 나아가려고 하는 이 때, 내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초조한 나머지 그냥 닥치는 대로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정석이라는 책이 엄청 두꺼운데, 이걸 따라잡기 위해 나는 하루에 수학만 3시간 정도 공부해야 했었다. 12시까지의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이후에 방으로 돌아와서 스탠드 켜놓고 새벽 3시까지 공부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한다.


문제는 너무 조급했던 나머지, 난 정석에 나와있는 문제를 거의 싸그리 외워버렸다. 난 지금이 정석이 불친절한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풀이 자체가 가끔씩은 너무 특이한 발상을 요구하거나 외우라고 강요할 때가 많아서다. 내가 뭔가를 이해하고 문제를 풀려고 하면, 문제는 아무리 고민해도 풀리지 않아서 풀이를 보면 욕이 나올 정도로 "아니, 이런 풀이를 어떻게 생각해 내!" 라는 느낌이었다. 뭐, 어쩌겠는가. 한 학기 동안 공부를 안 한 내 잘못이지.


그리고 1학년 2학기 마지막 시험을 보기 전까지 대략 6개월 동안, 나는 수학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갈굼을 받았고, 수학을 일반반 애들보다 못 해서 우수반에서도 쫓겨날 상황에 처했다. 마지막 시험에 6개월 동안 죽자고 외운 것이 대박이 터져, 나는 92점을 맞았고 당시 내가 강점이었던 국어가 어려워서, 나는 순식간에 전교 6등으로 올라갔었다. 뭐,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언젠가 언급할 기회가 있으면 다시 언급하겠다.


그리고 나서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하루에 수학만 3시간 이상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공부했다. 왜냐하면 외워도 외워도 자꾸 까먹어서 하루라도 공부를 안 하면 성적이 떨어질까봐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는 그냥저냥 수학성적을 평균적으로 유지하긴 했는데, 그때 이런 일도 있었다.


나와 같이 3년간 같은 방을 쓰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노는 걸 좋아했는데, 아주 머리가 좋았고, 어느 시험 일주일 전에 그냥 "이번엔 수학공부 좀 해볼까" 하고 수학을 일주일 동안 공부하더니 매일 꾸준하게 수학만 3시간 이상씩 공부했던 나보다 결과가 좋았다. 그때, 나는 내가 수학에 재능이 없다고 느꼈다.


어쨌든 그렇게 대학교 입학시험을 보고, 운이 좋아서 내가 원하는 학과에 들어갈 수 있었고, 나는 그 이후론 수학을 10년 가까이 손을 대지 않았다. 내가 다시 수학을 공부하게 된 것은 학원에서 수학을 아르바이트로 가르치게 되어서인데, 10년 동안 손을 놓긴 했지만, 조금 공부해 보니 크게 어렵지 않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


뭐, 가르치는 초기에 내가 쓴 방식도 사실 고등학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냥 문제 열심히 외워서 그 풀이를 그대로 전해준 것이니까. 그리고 그 방법이 잘못 되었는지도 몰랐다. "내게 문제가 있지 않나?" 라고 느낀 첫번째 계기는 고등학교 1학년 삼각함수를 가르칠 때였다.


그 당시 삼각함수라는 단원은 참 계륵 같은 챕터였다. 과거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3학년 2학기 거의 끝부분에 있어서 기말고사를 본 후에 배우는 경우가 많아 시험범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고,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도 2학기 거의 끝부분에 배우게 되어 있어서 이때도 기말고사 끝나고 배우는 일이 많았다. 시험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삼각함수는 애들이 잘 공부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지금은 교육과정 중간중간에 끼어있어서 예전과는 다르게 왠만하면 다 시험범위에 들어가므로 공부해야만 하지만.


자, 이게 왜 나한테 문제였냐면, 그런 이유로 고등학교 삼각함수는 1년에 한번 가르치고 보통 써먹지 않는다. 지금은 삼각함수와 연계된 문제가 많아서 평소에도 알고 있어야 하지만, 그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걸 가르쳐야 할 때마다 새로 공부를 해서 지식을 보충해야 했다. 왜냐하면 다 까먹었으니까. 다른 챕터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삼각함수만 이랬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주 운이 좋게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혹시 내가 개념을 제대로 이해 못 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어느 해에는 그냥 외우지 않고, 삼각함수에 나와있는 모든 설명들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삼각함수 공식이 없이 문제를 풀기 위해 그림을 엄청 그려봤고, 내 나름대로 이해한 방법을 정립했다. 나는 그전에는 삼각함수가 공식이 없으면 문제를 못 푸는 줄 알았는데, 내가 그림을 그려보니 대다수의 문제들은 공식 없이도 그림을 그려서 풀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전까지 내가 왜 그렇게 푸는지도 이해 못 한채로 풀었던 문제들을 왜 그렇게 풀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삼각함수를 시작으로 나는 다른 챕터들에서도 혹시 내가 이해를 잘못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에 모두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떤 경우에는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을 듣고 "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나?" 라는 생각에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기도 했고, 어떤 화두들은 책에 나와있지 않아서 몇년 동안 마음 속에 담아둔 채로 왜 그런지를 고민해 본 적도 있다. 사실 그 과정은 나만의 수학개념 오리지널을 만든다는 느낌에 매우 즐거웠고, 나는 다시 수학이라는 과목이 다시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도 내 안에는 풀리지 않은 몇개의 화두들이 존재하지만, 뭐 언젠가는 풀리겠지 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의 정점을 찍는 경험을 하고 나서 나는 수학선생님으로서 다시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그 두 방식을 모두 온전하게 체험해 봤다는 사실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저 두 방식을 모두 체험하기 어렵다. 보통은 둘 중의 하나만 체험할 수 있고, 그 중에서 반복숙달 쪽을 더 많이 체험한다.


두 방식 중에 반복숙달로 더 많이 흘러가는 이유는, 일단 가르치는 사람이 반복숙달로 공부했던 경우가 많아서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 과거 우리나라의 수학교재는 반복숙달을 강제적으로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지금도 초등학교 저학년 계산교재들을 보면 반복숙달을 강제적으로 유도하는 교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배웠던 사람들은 "아이가 계산력이 부족하다고? 그럼 많이 풀리면 되지" 라는 식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 한다.


그렇게 수학을 풀 때 뇌에서 반복숙달을 습관화해 버리면, 그 이후에 다시 공부할 때는 자연스럽게 반복숙달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브레이크를 걸고 개념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건 습관을 고치기 어려운 것과 매우 유사하다. 물론 의지를 갖고 바꾸려고 하면 당연히 가능하겠지만, 이미 수학공부를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그럴 필요성을 어디서 느끼겠는가. 선생님들 중에서도 아주 일부의 사람들만이 이것을 고치거나, 아니면 원래부터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공부하셨던 분들이다. 그런 분들은 당연하게도 수학에 특출난 재능을 보이고, 수학을 재밌어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반복숙달로 수학을 익힌 사람들의 대부분이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을 체험해 보지 못 했기 때문에, 자기가 가르치고 있는 방식이 반복숙달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 한다. 나 역시 처음에는 수학에서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문제를 풀 때 그냥 다 맞았기 때문에 내 방식이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착각했었다.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을 쓰는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수학자 칸토어의 말에 동의한다.


수학의 본질은 그 자유로움에 있다




지금까지 말한 두가지 방법은 사실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이 있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반복숙달하는 방식은 초반에 빠르게 성장하지만, 그 성장의 한계가 존재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은 초반에 느리게 성장하지만, 그 아이의 재능에 따라 한계를 넘는 것이 가능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편하고 더 적은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에 나는 반복숙달하는 방식을 싫어했으나, 이미 학습능력이 망가진 상태에서 시간조차 없는 아이들에겐 그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당장 고등학교 3학년에 대학교 입시가 코 앞인데, 어떻게 개념을 느긋하게 이해하라고 하겠는가.


또한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 또한 입시 상황에선 만능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내가 입시를 대비해 주는 수학강사라고 하는 입장상, 나는 미래에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게 잠재력을 성장시킬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아이들의 성적을 올려주는 것 또한 중요하니까. 그래서 입시를 대비하는 학생이 수학을 공부할 때는 아이의 성격이나 환경에 맞게, 두가지 방식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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