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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Dec 13. 2023

365일 31개국

23년 톺아보기 (1)

펜을 잡은 이후로, 연말 즈음이면 빈 종이를 꺼내놓고, 올해 달성한 성과들, 잘했다 생각되는 일, 미진하고 부족했던 일,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그에 대한 내 감상을 써내려 간다.


으레 11월이면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구체적인 단어로 정리되기 마련이고, 이윽고 가장 긴 밤의 달이 찾아오면 단어를 문장으로 갈음해 글로 게워낸다.


2023년의 난,

31개국을 여행했고, 100편의 글을 썼으며, 250권의 책을 읽었다.


건강에 소홀했고, 학업을 경시했으며, 술을 드문드문 많이 마셨다.


때론 노란 맥도널드 간판 아래서, 고된 삶의 악취가 코를 찔러대는 야간 버스 의자에서, 인류애의 자취를 쫓아 공항을 배회하다 벤치에 쓰러져서, 모기에 뜯기거나 남정네들의 코골이에 몸서리치며 시트도 없는 6인실 도미토리베드에서, 수많은 밤을 흘려보냈다.


20 밤이 넘는 시간을 공항에서 노숙하며 보냈고, 60번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며, 70개의 새로운 도시를 방문했다.

김영하 작가는 산문 ‘여행의 이유’를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시간의 흐름과 엮어내어 아래와 같이 밝힌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그러니까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기준으로 보면 나는 그 무엇보다 우선 작가였고, 그다음으로는 여행자였다.”


그의 말을 올해의 내게 대입하면, 나는 그 무엇보다도 우선 여행자였고, 그다음으로는 작가였을 것이다.


지나온 20년의 세월보다 농밀했던, 참으로도 긴 1년이었다.


많이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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