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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전선 이상 없음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by 노마드

사망자 몇. 부상자 몇. 수로 전쟁을 다루는 건 편리하다. 개개인의 삶을 단어 하나 혹은 둘로 축약해 죄의식을 제거한다.


인간 본성이 투쟁이라 해도 좋을까. 전쟁의 이면에서 부딪히는 건 스러지는 개인의 삶과 일어서는 집단의 이익이겠다.


사람이 죽어나가기에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진정 도덕적 이유만으로 전쟁이 멈춘 적이 있냐고. 그건 일어나지도 않았을 전쟁이다.


평화는 이상이라 좇을 수는 있어도 다다를 수는 없고, 잡고 잡아 먹히는 게 자연이라, 교화는 멈춘 것만 같다. 말보단 주먹이 빠르고 편리하니, 물고 뜯는 모습이 짐승과 다를 게 없다.


온 세상은 쥐 잡듯 시끄럽고 말썽인데, 숫자만 보고 지나치는 나는 쥐 죽은 듯 조용하고 평온한 무관심으로 이 세상을 응대한고 또 외면한다. 오늘도 주먹을 피해갈 수 있기를 간사하게 바라고 또 바라며, 그러다 쓰러질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위군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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