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디샬보
능력의 부족이 아닌 이상, 못했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하기 싫었거나 우선순위가 아니었을 뿐이다. 일상의 변명은 안 했음에서 출발한다. 때론 하고 싶지 않아, 때론 다른 우선순위가 있어 '안 했다'라고 밝힌다.
과거 밑줄 쳤던 구절들에 대한 감상을 매일 글로 옮긴 지도 어언 스물 하루가 되어간다.
새해를 맞아 목표를 세우는 건 너무 전형적인 것 같아, 남미 여행을 마치고 올해의 목표를 설정했다. 그중 하나는 '매일' 20분을 작문 혹은 독서에 투자하는 것. 중간고사를 두 개 치렀고, 친구를 보러 뉴욕에 다녀왔으며, 6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수영장에 나가고 있다. 그리고 글 쓸 시간도 만들어 매일 쓰고 있다. 권태로운 일상은 화살 같이 지나가나, 해야만 하는 일들을 처리한 후, 안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다 보면 남는 게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나로서 오롯이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가끔 문장 하나를 30분 동안 미련하게 고치고 있으면, 이 머릿속에 재능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나 싶다. 헤밍웨이 말처럼 '피를 흘리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그럼에도, 적든 많든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글의 첫 독자인 내가 만족할 수 있을 만한 구절, 문단 따위도 가끔 쓰게 되니 행복한 일이다. (아직, 글에 만족한 건 한 번밖에 없다.)
글에 있어서는 못했다는 한탄도 안 했다는 변명도 내세우고 싶지 않다. 글로 나를 바꾸다 보면, 한탄도, 변명도 없는 내게 떳떳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본다. 오늘도 랩에 출근하기 30분 전, 막간을 이용해 노트북을 꺼내 들고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