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by 노마드


술에 겨우 기대 가식 따윈 집어치우고 곤드레만드레 진심을 늘어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술자리가 필요했던가. 나도 알고 내 지갑도 아는 일이다.


또, 술에 기대 진심을 들췄다가 후회하지 않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불을 걷어찼던가. 나는 알고 싶지 않고, 다만 이불에서 삐죽 새어 나온 깃털만이 설명할 일이다.


그 후회의 밤들을 넘어, 술에 기대지 않고 진심을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병과 캔을 비웠던가. 나는 모르고, 내 간만이 알 일이다.


수많은 병과 캔과, 웃음과 울음과, 대화와 침묵을 넘어 나는 드디어 술 없이도 진심을 전하고, 진심을 전해도 후회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술을 끊었냐고.


술이 맛 없어지기까지는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인가. 이는 정말 도무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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