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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Dec 09. 2016

오른손잡이는 왼팔이 가장 깨끗하다.

좀 오래 깨끗했으면 한다.

오른손잡이는 왼팔이 가장 깨끗하다.


간만에 대중목욕탕에 갔다. 아침 찬 바람을 느끼면서 들어간 대중목욕탕은 평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몸을 한 번 씻고 뜨거운 열탕에 들어가 몸을 녹인다. 때밀이 타월을 이용해 온 몸을 깔끔하게 씻는다. 오른손잡이인 나는 항상 왼손과 왼팔부터 씻는다. 왼팔이 완전 무결점해지도록 깨끗이, 빡빡. 있는 힘을 다한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내 왼손과 왼팔이 제일 깨끗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러다보면 점점 힘이 빠진다. 때밀이 타월이 왼팔을 벗어나 다른 구역을 향할수록 점점. 그러다 나중에서야 타월을 끼고 있던 오른손과 오른팔을 씻어낸다. 뭐 이 씻는 순서야 사람들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나는 그렇다. 어쨌든 오른손잡이인 나는 목욕을 마칠 때면 왼손이 가장 깨끗해진다.


그렇게 깨끗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마침 TV에서 청문회를 한다. 모두들 모른다고 한다. 책임이 없다고 한다. 우리가 보면 능력이 출중하고 높으신 분들이 자기는 떳떳하다고 자리에 있다. 깨끗하게 씻고 나왔는데 뭔가 더러워진거 같다.


오른손잡이에게 왼팔은 가장 깨끗해질 수 있는 목욕 부위다. 제일 능력이 좋은 오른손으로 박박 씻어대니깐. 뭐 왼손이 아니더라도 오른손이 아닌 부위가 가장 깨끗해질 수 있는 범위다. 그런데 방금 TV에서 본 많은 높으신 분들은 오른손잡이이면서 오른손, 오른팔을 가장 깨끗하게 씻어내는 사람들인 것 같다. 오른손으로 오른손을 가장 깨끗하게 하기가 제일 어려운 것 같은데 그걸 해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가장 자연스러운건 오른손잡이에겐 왼손이 가장 깨끗한 것이다. 그러니깐 능력있는 사람이 그보다 덜한 사람을 빛나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자기만 꾸미고 자기만 말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말고 자연스럽게 오른손잡이면 그보다 덜한 왼손을 깨끗이 해줄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자기를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그 자리를 채웠으면 한다.


간만에 씻어냈으니 좀 오래 깨끗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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