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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Dec 13. 2016

어둠이라는 여백.

주위가 온통 어두워지고 적막이라는 음악으로 스산해지면, 

모든 어둠은 여백이 된다.


문득, 밤의 시간을 사랑한 수많은 문장가들은 어둠이라는 여백을 만나러 

무수히도 많은 밤을 지새웠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낮의 왁자지껄함과 눈부심은

조용하고 어두운 밤 중에는, 없다.


잔잔한 여운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책상 위를 비추는 작은 전등 하나,

끊임없이 돌아가는 가전제품의 희미한 모터소리 하나,

밤 중에 깨어있는 나 하나.


빈 자리와 비어버린 소리는 여백이 되어

어둠에 파묻힌다.


어둠은,

단단히 비어버린 여백이다.


그 여백 속에서야 나를 꺼낸다.

도로 집어 넣는다.


그러는 사이, 점 하나 여백에 찍혔을지도.

어둠이라는 여백에 점 하나 남았을지도.


문득, 밤의 시간을 사랑한 수많은 문장가들은 어둠이라는 여백에 점 하나 남기려 

무수히도 많은 밤을 지새웠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오늘은 나도, 

이 여백에 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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