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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Mar 08. 2018

대통령의 글쟁이들

어찌보면 저 작은 사람들이.

180308 메디치미디어 출판사 <대통령의 글쟁이들 북토크> 마포중앙도서관


순수하게 '글쟁이들'이라는 말을 보고 신청했는데 다분히 정치적인 자리였다. '대통령의'라는 말을 놓친 탓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을 보좌한 비서관들이 바로 '대통령의 글쟁이들'이었다.


생각했던 '글쟁이들' 이야기와는 다르게 입장할 때부터 카메라며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둔 기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순수하게 '글' 이야기가 아님을 생각했다.  


DJ - 김택근 시인 / DJ, 노무현 - 강원국 작가 / 노무현 - 백승권 교수 / 문재인 - 양정철, 정철 / 그리고 DJ의 비서실장 박지원 전 대표.


어찌보면 눈 앞에 있는 저 작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가장 대표적인 힘을 보좌했던 사람들이었다. 무언가 엄청난 사람들일거라 생각했는데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은 몰랐으면 그냥 말끔하게 차려 입은 아저씨들일뿐이었다.


그래도 박지원 전 대표는 영향력 있는 유명 정치인인 탓인지, 말을 할 때 묵직한 포스가 느껴지는 듯했다. TV로 볼 때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말이다. 이래서 정치인들의 현장 유세에서 홀리기도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반문의 괴수 박지원이, 친문의 대수 양비를 찾아온 것.


여기서 양비란 양정철 비서관을 의미했다. '양비'라고 줄이니 삼국지쯤에 나오는 유비나 장비, 관우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줄 알았다.


선배, 후배, 작가, 교수 등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했고, 꽤나 강력하게 서로를 디스했다. 이게 정치권 유머일까.


이상하게도 '국회의원'은 정치인, 정치적인이라는 의미로 강하게 다가오는데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국회의원은 정치적인 다툼으로 TV에 계속 비쳐지는데 대통령은 그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손님을 맞이하거나, 시민과 만남을 가지는 장면이 많이 비쳐져서 그런가. 가장 정치적인 자리임에 틀림없는데 나에겐 그랬다.


어찌저찌 이런 대통령의 이야기나, 청와대 이야기를 흘려 듣게되면 '대통령이 되고 싶어.'라는 생각보다 '대통령을 만들어 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킹메이커, 멋지지 않은가.


그런데 아침 8시마다 회의를 해서 그날의 메시지를 찾고, 밤 늦게서야 퇴근하지만 바로 다음 날 일찍 나와서 준비해야하는 그야말로 육체적, 정신적 희생을 해야만 하는 자리임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자리를 쉽게 갈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글을 잘 쓰고 있다보면, 나도 '대통령의 글쟁이'를 엿볼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한다. 혹시, 제 주위에 정계에 진출하실 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대권은 어떠신가요?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김비서관, 일거양득은 없어. 메시지는 일발필사만 있어.



ps.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서 기사를 마무리하는 듯했다. 지금 확인해보니 벌써 기사가 가득하다. 역시 정치적인 자리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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