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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Apr 11. 2018

라디오를 틀어두고 잠들기 시작했다.

라디오를 틀어두고 자리에 눕는다. 볼륨을 낮춘다. 들릴 듯 말 듯한 경계의 볼륨. 내가 자리를 뒤척이면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고, 한숨을 쉬면 한숨 소리가 들리는. 라디오는 on-air. 어렴풋한 라디오 소리, 방 안 공기의 차분함, 숨 소리, 이불의 포근함, 냉장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 시계 초침 소리. 


곧, 라디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라디오에서 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조금씩 깬다. 이번엔 DJ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눈을 뜬다. 밤새 라디오는 틀려 있었지만 나는 듣지 못했어요, off-air.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이불에서 손을 빼내 알람을 끈다. 라디오는 광고와 노래와 DJ의 목소리가 번갈아 들린다. 이불을 걷는다. 라디오는 다시 on-air.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지 참 오랜만이다.

라디오를 틀어두고 잠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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