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라이세이 Apr 27. 2018

‘단단해 지기’ 프로젝트 : ‘덤덤해 지기’

결과적으로 나의 단단해 지기프로젝트는 덤덤해 지기였다. 몇 주 전 측정했던 인바디 결과지는 잃어버렸고, 3월까지 다니던 아침 수영은 4월부터 나가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밤마다 야식을 먹었으며, 자취방에서 밥을 먹으면 꼭 라면이었다. 겨울방학에 설치했던 홈트레이닝 어플리케이션은 운동을 하지 않은 지 90일이 넘었다는 푸시 알람을 보냈다. 거기에다 시험기간까지 겹쳤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덤덤해 지자.

홈트레이닝 어플리케이션에 따라 운동을 하진 않았지만 대신 시간 틈이 생기는 대로 푸시업을 했다. 어플리케이션은 푸시를, 나는 푸시업을 했다. 수업 시간에 헬스에 대해 알려줄 때도 기억한 것은 딱 하나였다. ‘팔을 굽힐 때 숨을 들이 마시고, 팔을 펼 때는 숨을 내쉰다.이 호흡법에 맞춰서 팔을 굽혔다가, 폈다. 굽혔다가, 폈다. 호흡에 집중하며 푸시업을 하다 보니 푸시업 개수를 신경 쓰지 않았다. 호흡에 집중하던 신경은 입에서 시작해서 목을 따라 어깨로, 어깨에서 팔로 집중되었다. 그러다 등으로, 척추를 따라 골반 부근의 신경으로 전해졌다. 허벅지와 종아리 부분의 감각도 느껴졌다. 몇 개를 했는지 모르는 푸시업을 한 뒤엔 자리에서 바로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내가 선 자리보다 높게 점프를 뛴 듯한 기분이었다. 잠깐의 숨 고르기 후 다시 푸시업. 응어리 진 무엇인가가 팔 속에 느껴졌다. 아마도 단단해 진 것이리라.

작년 여름, 한 달 동안 개인 PT를 받은 적이 있다. 아버지 왈 “네가 한 선택 중에 가장 잘못한 선택.”라고 할 정도로 값어치를 다 하지 못한 PT였다. PT에서 그나마 기억나는 말은 운동할 때 운동하려고 하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느끼셔야 해요.’였다. 돈 내고 PT를 할 때는 운동하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느끼지 못했는데, 돈 내지 않고 푸시업을 하면서야 그걸 느꼈다. 돈보다 중요한 건 역시 마음이다.

군대에서 15kg를 감량한 적이 있다. 입대할 때 93kg, 전역할 때 78kg. 그 덕에 다이어트에 대한 자신감은 뿜뿜이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체중 감량은 할 수 있으니, 이번에 집중한 것은 체중감량보다는 몸에 대해 내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푸시업을 할 때마다 예전에는 한번에 하지 못하던 정도의 푸시업을 무리없이 해냈다. 개수에 대한 감각은 무뎌 지고, 푸시업 하나 하나에 대한 정성이 늘었다. 그러다 페이스북에서 상체 운동만 하는 사람들.’이라는 게시물을 보았다. 상체에만 집중한 나머지 하체는 부실한 사람들이었다. 푸시업이 상체만 강화하는 운동은 아니었지만 괜히 겁이나 스쿼트를 추가하기로 했다.

먹는 것은 자유롭게 하고, 틈이 생기는 대로 푸시업과 스쿼트를 하기 시작했다. 덤덤하게 하다 보면 단단해 졌다. 그래서 이번 단단해 지기 프로젝트의 키워드는 덤덤해 지기. 무던하게 무던히. 덤덤하게 덤덤히.

매거진의 이전글 [에라이, 영화]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면 좋으련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