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라이세이 Oct 28. 2019

회사에 반팔을 입고 출근한 사람이 나뿐이었다.

날씨는 서늘해지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바뀌었는데 나만 그대로인 기분이었다.

#사진이먼저
.
회사에 반팔을 입고 출근한 사람이 나뿐이었다. 겉옷을 챙겨가긴 했지만 일하는 내내 반팔인 채였다. 날씨는 서늘해지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바뀌었는데 나만 그대로인 기분이었다. 그렇다 해도 회사 안에서 챙겨간 점퍼를 입는 일은 퍽 불편한 일이었다. 더웠기 때문이다. 반팔인 상태가 딱 알맞은 온도였다고 할 순 없지만 점퍼를 입고 일하는 것보단 나았다. 적정온도를 찾기 어려웠다. 모든 것이 변하는데 변하기 어려운 때가 있다. 심지어 나도 변하는 중인데, 그 변화에 맞추기 어려운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팔을 긴팔 옷으로 바꾸어야 할 때. 두꺼운 이불을 꺼내야 할 때. 하지만 아직 바꾸어야 할 것들에 적응하지 못할 때.

밖을 둘러보면 분명 변해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이젠 심지어 겨울로. 안을 둘러봐도 분명 변해 있을 터였다. 그렇지만 난 그 변화가 어려운 시점이었다. 아직 반팔인 상태가 점퍼를 걸치고 일하는 것보다 나은 것처럼. 아직은 새벽 시간에는 더 자는 것이 좋고, 주말엔 언제나 무너지는 것처럼.
.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