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잠에 들었다. 오후 8시였다. 딱히 할 것 없는 주말, 다음 날 언제 일어나도 상관없는 약속 없는 토요일이었다. 새롭게 온 메시지는 진동이 울렸고, 알람을 꺼둔 카톡방엔 메시지가 소리 없이 쌓였다. 잠에 빠져 있던 나는 그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엔 덩그러니 메시지가 쌓였다. 그러다 새벽녘에 눈을 떴다. 잠결에 휴대폰을 확인했다. 지금은 새벽 2 시구나. 일찍도 눈 떠졌네. 더 자야지. 그런 김에 카톡을 확인했다. 평소에도 잘 읽지 않는 단체방의 메시지 사이에서 다른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 "혹시 뭐 하나 물어도 될까?"
어제로 남은 말이었다. 카카오톡도 '어제'라고 시간을 표시하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의 메시지가 어제로 남았고, 그렇게 어제로 남은 탓에 이미 다른 행성에서 메시지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새벽이었지만 답장을 했다. "오늘 답장해도 괜찮다면 질문해줘."
질문은 취업과 관련한 질문일 것이다. 나는 이미 취업을 한 선배였고, 질문을 한 그녀는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였으니. 특별히 의미 부여할 것 없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하루라는 소행성을 건너자 느낌이 달랐다. 어제로 남은 말에, 오늘로 지난 말을 보낸 것이었으니 말이다.
종종 시간은 가볍게 흘러 오늘의 시간이 어제의 시간으로 남는다.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는 어제로 남은 탓에 아득해진다. 하루 24시간이 서로 다른 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는 하루라는 시간을 경계로 다른 별의 것이 돼버린다. 별 다른 이야기로 남은 일이었다. 그런 식으로 다른 별에 두고 오는 이야기들이 하나 둘 쌓인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쌓이면 우리는 후회라는 이름으로, 미련이라는 이름으로 그 이야기들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퍽 괜찮은 어제의 이야기라면 추억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어제에 두고 온 이야기도, 미루고 미루다 어제에 두고 온 이야기도, 어찌 되었든 시간은 흐르고 돌이킬 수 없다. 그런 식으로 어제에 남겨둔 말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어쩌면 지금 내가 보낸 답장도 내일이 되어 그대로 오늘이라는 어제에 남게 될지도.
by. 에라이 / 9월 5주차에 작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