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지금까지, 군 복무 기간 2년을 제외하고도 대략 5년. 자취 생활을 하며 어찌저찌 식사를 해결해왔다.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라면이겠지만, 가장 빈번하게 사용한 식재료는 다름 아닌 계란이다. 간편하면서도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계란이란, 그 가격도 한때의 계란 파동을 제외하고는 합리적이어서 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장바구니에 담았다. 게다가 고단백이라 자취생의 영양 부족을 막는 영양 물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깨뜨린 알의 개수를 셀 수 없는데, 재야의 숨은 알깨기 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고수의 알깨기 실력이 도통 말이 아니게 되었다. 사정은 다음과 같다.
언젠가부터 계란 요리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계란후라이를 해먹으면 무언가 씹히는 것이 후라이의 부드러움을 방해했다. 그게 무엇인고 하니, 예상이 가능하겠지만, 그것은 다름 아닌 계란 껍질이었다. 후라이팬에 계란을 깨뜨릴 때, 그 계란을 자그마한 껍질 파편이 함께 팬 위에 더해져 계란후라이에 식감을 더한 것. 다음부터 조심해야지 하면서 다음 계란을 깨고 보면, 계란 껍질의 파편이 어김없이 발견되었다. 이쯤 되면 계란 껍질이 후라이에 들어가는 것이 정상적인 계란 요리의 정석인 듯 싶지만 계란 껍질을 피하려고 해도 계란 껍질은 계속해서 팬으로 직행했다. <데미안>에서 말한 알을 깨고 나온 세계가 계란 껍질과 함께하는 세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떻게 계란을 깰 때마다 계란 껍질이 더해지는가 살폈더니 계란 껍질을 깨는 손의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탓이었다. 그래서 힘을 약하게 주고 계란을 팬의 모서리 툭-툭- 쳐보면, 계란은 깨지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만 힘을 더 주자며 투욱-치면 계란껍질 파편이 다시금 팬 속으로 들어갔다. 예전에는 계란이랑 계란을 부딪혀서도 껍질을 제대로 깨뜨렸는데 요즘은 그 조절이 잘 되지 않아 평균적으로 계란 껍질 후라이를 더 많이 먹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적당한 수준의 알깨기 강약을 찾지 못한 고수는 다른 방식을 고민하게 되는데,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찾아낸 방법은 계란을 깬 뒤에 깨뜨린 부분을 하늘로 향하게 하여 조심스레 흰자와 노른자를 내려 앉히는 것이다. 이 덕에 계란 껍질 후라이를 먹는 횟수를 줄일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그 힘 조절은 쉽지 않은 것이어서 산술평균적으로는 아직 껍질을 먹는 횟수가 빈번한, 그러니까, 계란 껍질의 표준편차의 범위에서 껍질 후라이를 먹게 된 것이다.
그러며 고수는 '세상은 역시 힘만으로 되는 건 아닌 듯 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알깨기의 적정선을 찾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알을 깨고 있다고 한다.
by. 에라이 / 6월 1주차에 작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