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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꽃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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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Sep 21. 2020

호랑이꽃(나를 사랑해주세요)

가을_9월 1일의 탄생화

옛날 옛날 한 옛날. 마을 뒷산에 한 무리의 호랑이 가족이 살았습니다. 호랑이 가족은 마을 사람들을 공격한 적은 없지만, 마을 사람들은 항상 뒷산에 있는 호랑이 가족을 무서워하고 싫어했죠. 호랑이 가족이 마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산의 사슴을 잡아서 마을 입구에 두고 가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꽹과리와 징을 치고 횃불을 들고 나와 호랑이 가족을 몰아냈죠. 하지만 호랑이 가족은 그런 마을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무섭게 생긴 탓에 사람들이 피한다고만 생각했죠. 그래서 호랑이 가족은 온몸에 송진을 바르고 산에 있는 야생화 꽃밭을 뒹굴었습니다. 꽃들은 송진에 엉켜 호랑이 가족의 몸에 달라붙었죠. 호랑이 가족은 온몸에 꽃을 붙이고 다시 한번 마을 입구로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을 사람들은 돌을 던지며 호랑이 가족을 쫓아냈

죠. 

실망한 호랑이 가족은 조용히 마을 뒷산에 숨어 겨울을 준비했습니다. 더 이상 호랑이 가족이 나타나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안도하며 축제를 열었습니다. 마을 곳간에 있는 겨울 양식들을 꺼내 근사한 잔치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 냄새를 뒷산에 있는 멧돼지 무리들이 맡게 되었습니다. 겨울이 되어 먹이가 부족해진 멧돼지 무리들은 마을로 돌진했습니다. 온 산이 울릴 정도로 엄청난 숫자의 멧돼지 무리들은 산에 있는 나무들을 쓰러트리고, 바위를 뒤집어 놓으며 마을로 향했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호랑이 가족은 멧돼지 무리들이 마을로 향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호랑이 가족은 자신들을 무서워하고 싫어하고 심지어 쫓아내버리기까지 한마을 사람들이었지만 한 번의 고민도 하지 않은 채 멧돼지 무리들을 뒤쫓았습니다.

멧돼지 무리들을 맞닥뜨린 호랑이 가족들은 필사적으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호랑이가 멧돼지의 천적이라고는 하지만 먹이 냄새를 맡고 흥분한 멧돼지들은 너무나도 사나웠습니다. 멧돼지 무리를 차례대로 쓰러트렸지만, 하나둘씩 호랑이 가족들도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결국에는 멧돼지 무리와 호랑이 가족 모두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뒷산에서 나는 소리에 놀라 농기구를 챙겨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마을을 향해 쓰러져 있는 멧돼지 무리와 마을을 등지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호랑이 가족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제야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 가족이 자신들을 지키려 희생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고마움과 미안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 가족을 뒷산 양지바른 곳에 묻고 잔치 요리를 바치며 그들의 희생에 예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호랑이 가족이 묻힌 무덤에는 한 무리의 꽃이 피어나는데, 그 모습이 호랑이 가죽의 무늬와 똑같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후에도 제사를 지내주며 호랑이 가족의 영혼을 달랬답니다. 


_제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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