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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꽃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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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Sep 24. 2020

유채(명량, 기분전환)

그리고_유채

뉴스는 연일 바이러스를 이야기한다. 바이러스가 처음 전해졌다고 알려진 중국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국내에서 이 바이러스를 폭발적으로 전도 중인 한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마스크는 귀해졌고, 정부가 마스크를 대량으로 시장에 푼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합리적인 가격의 마스크는 찾기 힘들다. 미리 장만한 마스크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꼴이라면, 이 하루하루는 답답하다.


입을 꾹 다물고 있더라도 콧김에 마스크 틈으로 새어 나온 열기가 안경의 김을 만들어 시야를 방해한다. 말을 할라치면 내 입에서 나온 입김이 마스크 안에서 맴돌아 괜히 꺼림칙하다. 마스크를 벗자니 이미 밖은 바이러스 천지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을 바이러스처럼 쳐다본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 안은 바이러스가 득실거린다.


회사를 가지 않는 주말이다. 집 밖은 위험하니 집을 나서지 않는다. 내가 바이러스를 들이지 않는 한, 집 안은 안전하다, 생각한다. 안전한 이 방으로 행동반경을 제한한다. 매일 같은 풍경의 집. 비슷한 시간들이 흐른다. 그러다 바라본 창밖은 맑다. 웬일이람. 회사에서도, 집 안에서도 맑은 하늘 아래에 서서 햇살을 비춘 지 오래다. 그 탓인지 무언가 하는 일이 쉽지 않다. 비타민D 부족 현상. 무기력증.


집을 나서 카페라도 가야 뭐든 할 것 같아 친한 형한테 전화를 한다. 뭐 해 형. 카페라도 가자, 라는 내 말에 형은 답한다. 안돼. 지금 밖에 나가면. 밖은 위험해. 카페로 갈 생각이 무너진다. 그대로 침대에 얼굴을 파묻는다.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루틴이다. 기분은 그대로다. 새로운 기분일랑 없이.


기분전환을 하려 했다.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비타민D. 하지만 집을 나서지 않았다. 하루가 지났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흐리다. 집에서 유튜브를 본다. 요즘은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듣는다. 노래를 듣다 보니 소속사에서 올린 브이로그나 연습 영상을 추천한다. 이름을 모르던 멤버들의 이름을 모두 알게 된다. 잠시 동안 멍하니 영상들을 보며 기분을 전환, 하기엔 유튜브를 끄면 적막하다. 


다시 유튜브를 튼다. 이번엔 기상캐스터의 날씨 방송을 본다. 맑은 하늘이지만 마스크는 꼭 끼고 다니라고 한다. 맑은 하늘이라도 밖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데다가, 맑더라도 마스크를 끼라고 한다. 답답하다. 그걸 또 집 안에서만 본다. 모두 무시하고 집 밖을 다닌다면 기분이 조금 전환될까. 영화관에선 어떤 영화들이 있는지 살핀다. 상영하는 영화의 수가 부쩍 줄었다. 이렇다 하게 시선을 끄는 영화가 없지만, 그래도 영화나 한 편 볼까 고민한다. 통신사에서 준 예매권의 사용기한이 점점 줄어든다.


날씨가 따뜻해졌다. 입는 옷의 부피가 줄었다. 이 맘 때쯤이면 '~꽃'과 관련한 축제들에 대한 소식이 들리기 마련이지만, 요즘은 축제들이 모두 미뤄졌다는 소식이다. 'ㅇㅇ년 만의 중단', 'ㅇㅇ행사 무기한 연기'. 이 시류에 휩쓸려 내 기분전환을 위한 노력도 무기한 연기,를 하기엔 너무 잠정적인 결론이다. 허니 오늘은 조금 흐리더라도 나가긴 해야겠다. 어쨌든 봄기운이 조금씩 일렁이고, 옷은 가볍게 입어도 괜찮아졌고, 답답하지만 밖을 돌아다닐 때 꼭 필요한 마스크는 아직 남아 있으니 말이다. 


_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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