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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11. 2020

여름과 다른 점

최대한 편한 차림으로 잠을 잔다. 속옷 차림이다. 여름부터 이어진 옷차림을 아직 바꾸지 못했지만 날은 차가워졌다. 새벽이면 그 기운이 더 강하다. 그래도 아직 속옷 바람이다.

춥다고 하지만 잠을 잘 때는 그런 기운을 잘 모른다. 이불을 덮으면 그만이니까. 여름에 대충만 덮었다면 지금은 그 틈을 잘 메꾸면 된다. 꽁꽁. 둘둘.

그러다 일어날 때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아, 춥다. 춥긴 춥구나. 이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불을 걷어내야 일어날 수 있을텐데 이불 안은 속옷 차림이다. 이불을 걷어내면 춥다.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이불 안으로 파고든다. 이내 다시 잠이 든다. 새벽형 인간이라며 맞춰둔 알람은 무용지물이다.

최대한 질질 끌다가 어쩔 수 없는 시간이 되어서야 일어난다. 속옷 바람은 이제 거둬들여야 하나봐, 생각한다. 그래야 이불을 걷어내고 제 시간에 일어나겠지, 하며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이렇게 입고서 잠을 자면 내일은 제 시간에 일어날 수 있겠지. 아니면 더 따뜻한 바람에 더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자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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