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시간이 모두 지났다. 낮 시간 동안의 무기력함의 원인은 무엇일지 저녁이 되어 고민한다. 매번 반복이다. 주말이 되기 전에 계획했던 책읽기랑 까맣게 잊고선 마음의 양식은 저리 집어 치우고, 살만 찌운다.
누군가 과제를 줬다면 기간 내에 최상의 퀄리티로 해치웠을 것이다. 그 과제를 부여하는 사람이 나 자신이 되어버린 지금, 무너져내린다. 주말에도 일을 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판단은 여기에 근거한다. 지난 27년의 시간 중 절반이 넘는 시간을 위의 지시에 충실히 따른 학생(그리고 군인)의 신분, 그것도 모범생으로 지내온 나의 관성 탓이다.
그렇다고 월요일이 되는게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분명 회사에 나가면 해야 할 일(나에게 부여된 과제)이 있기에 시간 내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해치우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을 하는 시간이란, 그 시간을 채우는 것 이외엔 별다른 영양가가 없다. 거기에 더해지는 무용한 민원들 탓에 기분만 잡칠 뿐이다. 새해, 새로운 전화라 해봤자 새로운 진상들의 시답지 않은 불만제기일테지.
그래서 무기력하게 보내버린 주말의 시간에 아쉬워한다. 뒤늦게서야 책을 펴보지만 자야할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그리고선 월요일이 목을 내민다. 일요일 저녁에 반성하는 직장인의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