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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Feb 21. 2021

귀찮음이나 괜찮음이다.

짓는 것에 대해서.

모든 이야기가 길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짧은 글로도 위로가 된다면, 짧은 글로도 공감을 줄 수 있다면. 설령 이 모든 걸 이루어내지 못하더라도 나에게 작은 안도감을 주기만 하더라도 이 글은 의미가 있을 터. 그런 생각으로 글을 지어낸다.


새삼 밥을 짓다, 라는 표현의 위대함을 생각한다. 매일 밥은 짓는 엄마의 모습에 비해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나의 모습은 초라하다. 지어낸 밥으로 가족을 먹이는 모습은 일상적이다. 긴 글로 설명할 것도 없이 '따뜻한 밥 한 숟갈'이라는 짧은 글로 온전히 그 느낌을 전할 수 있다.


'짓는 것'은 위대하다. 귀찮음이나 괜찮음이다. 글을 짓는 것도 다르지 않다. 귀찮음이나 괜찮음이다. 영양분이 가득할 수도 있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 어쩌면 즉석밥 하나를 돌리는 일이 적당한 밥 한 끼를 짓는 것일지 모른다. 모든 글이 길 필요가 없듯이, 짧은 글처럼 즉석밥 하나가 내 '적당함' 일 수 있겠다.


귀찮지만 지어낸다. 괜찮음이다. 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적당량을 덜어낸다. 여기, 갓 지은 글이다. 여기, 내 적당함이다. 여기, 오늘의 안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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