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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May 05. 2021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라지만 '기억에 대한 이야기'

<비와 당신의 이야기>

과거의 시간은 낡은 책장 속에 켜켜히 쌓인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그 책장 속에 먼지 쌓인 시간을 꺼내면 그때의 기억이 추억으로 떠오른다고.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라 하였다. 나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꺼내고 싶은 과거의 시간을 떠올렸다.




영화의 지역적 배경은 2곳이다. 서울과 부산. 두 주인공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촬영지가 어딘지 유추해보는 습관이 있어 유추해보건대, 남자 주인공 영호(강하늘 역)의 학원이 있는 서울의 배경은 노량진. 여자 주인공 소희(천우희 역)의 책방이 있는 부산의 배경은 초량의 산복도로로 보인다.


부산의 이미지는 꽤나 익숙한대, 부산이 고향이거니와 더욱이 초량은 아버지의 형, 즉 큰 아버지의 집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제사를 지내러 가면 항상 지나는 길, 그 곳이 바로 초량의 산복도로다.



https://brunch.co.kr/@lim6922/73



영화는 내내 차분하다. 편지를 주고 받는 두 주인공의 나레이션이나, 특별출연으로 등장하는 강소라 배우의 대사씬이나 모두.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나서는 내 걸음이 빠른 걸음이 아닌대도 그 속도가 빠르게 느껴질만큼. 그 차분함 속에서 '나'를 생각하게 한다.



나도 무언가 기다렸던 적이 있던가?

나도 연애편지를 썼던 적이 있던가?

나를 기다렸던 사람이 있을까?



그러면서 2018년의 여름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기록으로 남긴 적이 없는 이야기. 그때 난 뉴욕에 있었다.



과거의 시간은 낡은 책장 속에 켜켜히 쌓인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그 책장 속에 먼지 쌓인 시간을 꺼내면 그때의 기억이 추억으로 떠오른다고.


영화 속에서 편지를 주고 받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애정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등장인물의 모습에서, 시간이 흘러 돌이킬 수 없는 영화의 상황에서.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묵혀 있었던 지난 시간을 꺼내게 했다. 영화를 보는 순간엔 잔잔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내 시간 책장 속에 천천히 꽂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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