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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May 06. 2021

글을 쓰고 싶었다

마침 오늘은 4시에 일어났다


읽어줄만한, 가치를 매길 수 있을만한 글을 한 편 쓰는데 4시간이 걸린다. 인턴과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2017년에 측정한 결과다. 망상의 시간이 곁들어진 시간. 이 핑계로 자세를 잡고 글을 쓸 마음을 내지 않았다. 자그마치 4시간. 적지 않은 시간이지 않은가.



연속으로 4시간을 내는 일이 어렵다면 일은 어떻게 하냐고? 업무적으로 앉아 있는 하루의 8시간은, 월급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앉아 있는 '억지로'의 시간이다. 돈을 받는 '일'이지 않은가. 그게 아니고선 4시간을 연이어 한 가지 일을 하기엔 하루는 짧다, 라고 이야기하며 하루를 돌이켜본다.


퇴근하고서 유튜브를 몇 시간 동안 본다.
SNS에서 다른 사람들의 자랑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저녁을 먹고 더부룩한 배를 만지며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한다.
역류성 식도염을 부추기며 침대에 눕는다.


아하, 시간을 다른 곳에 쉽게 내던졌구나. 엉덩이 무겁게 앉아 있기엔 내가 해온 일들이 무겁지 않아 쉬이 시간이 날아가 버린거구나. 그러면서 '차라리 출근 전'을 떠올린다. 언젠가 이런 글을 쓴 적도 있더랬지. (안개꽃(맑은 마음) - 차라리 출근 전 https://brunch.co.kr/@lim6922/331)


해서 4시에 눈을 뜬다. 출근 전 4시간. 그 정도면 충분한 시간이지 않을까. 물론 이건 4시에 눈을 떴을 때 가능한 이야기.


마침 오늘은 4시에 일어났다. 모기가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몸 구석구석이 가려웠다. 가려운 곳을 긁으며 눈을 떴다. 어제는 영화를 보았고 영화를 보면서 글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고, 편지 같은 글을 썼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랬더니 제대로 자세를 고쳐 잡고 글을 썼던 4시간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글을 쓰고 싶었다.


연애편지를 주고 받은 기억이 곧장 떠오르진 않는다. 초등학생 때나 그랬었을까. 대신 연애편지 같은 일기를 쓴 기억이 떠오른다. 매일 있었던 이야기,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 일기장에 적었다. 그리고 헤어지던 날 전했다. 한 권만 썼기에, 그리고 헤어졌기에 다시 볼 순 없다. 그때의 연인을 다시 인연으로 만난다면 모를까. 어떤 내용으로 일기장을 채웠는지도, 지금 그 친구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지만 어제의 그 영화 같았던 시간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 기억을 나의 시간 책장에서 꺼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https://brunch.co.kr/@lim6922/444


https://brunch.co.kr/@lim6922/249


https://brunch.co.kr/@lim692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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