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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May 07. 2021

어쩔 수 없이 익숙해져버렸다

괜찮냐고, 고생이 많다고.

20여분쯤 통화를 마치고 보니 2명에게서 메시지가 와있었다. 괜찮냐고, 고생이 많다고.


절반 넘게 재택근무와 휴가로 빠진 공허한 사무실. 통화하는 목소리가 넓게 퍼진 모양이었다. 그 목소리가 일반적이지 않았나 보다.


하긴, 20분 동안이나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설명하고, 설명하고. 그럼 무엇하나. 상대방은 따져든다. 당신의 잘못은 하나 없고, 무조건 너희 잘못 아니냐며 윽박지른다. 이런 식이면 돈 받을 필요도 없다, 면서 욕을 해댄다. 그렇지만 얼른 돈을 내놓으라 따진다.


"네 선생님. 처음 안내 받으신대로 계약서을 체결해주셔야 돈이 지급되는 부분이라, 계약 체결만 진행해주시면 됩니다. 서류 보내주실 때 빠뜨리신 서류만 보완해주시면 되니까요......."


마음 속으론 상대방의 잘잘못을 따지고, 지금 따지고 드는 이야기가 얼마나 이상하고 자기모순적인지 하나하나 지적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들을 생각이 없는 당신인걸. 본인은 잘못이 없으니 너의 잘못을 인정하라 구걸하는 당신인걸.


본인이 안내를 보지 않은걸 인정하지 않는다. 빠뜨린 서류일랑 자기 상관이 아니라 그런다. 그렇다고 그 부분을 강조해서 답변을 한다면 또 혼자 폭발해버리겠지, 라는 생각에 가장 일반적인 설명으로 대신한다.


근데 뭐,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이나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이런 종류의 막무가내 전화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오기도 해서 어쩔 수 없이 익숙해져버렸다. 괜찮았다. 고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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