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구역질이 난다. 1000쪽이 넘는 글. 지금까지 써온 글을 문서로 전환했다. 지금의 나는 감당할 수 없는 글이 한 무더기로 몰아친다. 분명 내가 쓴 글이었지만 이질감이 느껴졌다. 속이 메스껍다. 몇 년 전의 나의 글에서 지금과 다른 나를 본다. 문자 사이에서 유영한다. 자연스럽게 생각을 풀어낸다. 생각을 곱씹을 여유가 있다. 지금은 다르다. 프로그래밍 하듯 언어를 해석한다. 생각하지 않는다. 명령에 복종한다. 있는 그대로 써낸다. 생각이 개입할 틈은 없다. 일상에서 변화가 생길라치면, 조금이라도 생각을 할라치면, 말을 더 내뱉으려면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원한 적 없다. 나는 더 대범하게 해야 하는데, 나는 더 잘해야 하는데, 고작 이 정도에서 박동이 빨라지면 더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심장이 터질 것만 같거든. 한계가 지어진다. 감당할 수 없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 크게 선을 긋지 못한다. 고작해봐야 이 정도. 간당간당하게 심장박동의 한계선 안으로 들어온다. 큰 그림을 그려낼 한 폭의 도화지가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조각난 여백을 찾는다. 자투리에 연명한다. 1000쪽이 넘는 글. 그 글들 속에서 내 생각을 더할, 심장박동의 한계선을 늘려낼 자투리가 남아 있을까. 심장이 뛴다. 심장은 뛴다. 정상이다. 다만 그 속도에 유의. 지금의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속도가 있을 뿐이다. 감당할 수 있다. 간당할 순 있지만. 헛구역질이라도 하고, 선을 넘기도 하고, 터질 듯 뛰는 심장을 부여 잡기라도 하면 되겠지. 그때는 감당했고, 지금은 간당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