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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07. 2021

인스타그램이 내 글을 배렸다.

지난 시간 동안 브런치에 써온 글을 정리 중이다. 그러며 느낀 점. 예전의 글과 최근 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글의 분량이다. 예전의 글이 더 많은 분량을 가지고 있다. 정리된 생각의 흐름대로 서술되어 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 글의 분량이 줄어든다. 시점상으로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인스타그램이 내 글을 배렸다.


나 스스로 감탄하며 읽고 있는 내 글은 주로 23살에 쓰였다. 나의 23살은 글쓰기의 정점을 찍은 시점인 것 같다. 23살이었던 2016년은 절반은 군대에서, 절반은 사회에서 보냈다. 계급으로는 상, 병장과 예비역 병장. 한창 생각이 무르익었을 때는 군대 말년 때이다.


단문의 글과 장문의 글의 차이점. 인스타그램식의 단문들은 휙휙 지나치는 시선을 담고자 했다. 순간적인 시선이다. 단편적이다. 장문의 글은 어떤 시선에서 시작하여 사색을 한 결과다. 휴대폰이 자유롭지 않았고, 그 시선을 순간적으로 담을 장치가 없었다. 그래서 사색한다.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어떤 한 시선은 어떤 한 생각으로 확장된다. 확장되는 생각만큼 글로 풀어낼 이야기가 많아진다. 장문의 글이 탄생한다.



휴대폰을 손에 쥐며 생각이 적어짐에 대한 사색 - https://brunch.co.kr/@lim6922/32


그렇지만 인스타그램식의 글이 무의미하진 않다. 나만의 표현 방식. 이를테면 #글이먼저 #생각이먼저 를 개발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글과 사진이 함께 포스팅된다. 어디를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인지를 해시태그로 알려준다. 나에게 먼저 다가온 매체가 글인지 사진인지에 따라 해시태그는 달라진다.


하지만 내가 독자라면 23살의 내가 쓴 글에 한 표를 행사할 테다. 그때의 글이 더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해서 23살의 나를 벤치마킹하려고 한다. 배울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따라 할 만하다. 그것이 과거의 나라고 해도 말이다. 통상적으로 과거로의 회귀는 퇴화를 의미하겠지만 나에겐 다른 의미다. 5년 전의 내가 더 유의미한 글을 썼다. 나는 유의미한 글을 쓰는, 유의미한 영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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