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일도.
최근엔 열심히 달리고 있다. 근무하고 있는 부대를 크게 1바퀴를 돌면 2.5km 정도가 되는데, 하루에 4바퀴씩 달리고 있다.
누가 시켜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다음 주에 있을 한 달리기 행사에 10km 부문을 신청해두어서 연습 삼아 시작을 한 것이다. 처음엔 1바퀴도 제대로 달리지 못하고 멈출 줄 알았는데 며칠동안 4바퀴를 꾸역꾸역 그래도 달려내고 있다. 실은 정말로 1바퀴도 제대로 달리지 못했던 아이였다. 평발을 핑계로 달리다가 멈추고, 배가 아프다고 달리다가 멈추고. 핑계는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해군에 오기 전 독도수비대 체력검정에서는 달리다가 멈춰버려서 독도수비대에 가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해군에 온 것이 아닌가. (
그러던 내가 어찌 하루에 4바퀴씩을 달릴 수 있게 되었는고 하니, 마음의 문제였다.
첫째, 다음 주에 있을 달리기 행사의 참가비가 4만원. 돈 내고 달리는 10km에서 안 달리고 멈춰버리면 돈이 아깝다. 그러니깐 행사에서 10km를 달려내려면 미리 연습을 해야했다.
둘째, 같이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멈춰지면 쪽 팔린다. 그러니깐 우선은 나중에 힘들어도 달리고 본다. 실제로 부대 안에서 같이 달리는 아이가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잘 달리고 있으면 심하게 쪽 팔린다.
셋째, 쉬지만 말고 느리더라도 달리고 있다고 생각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단은 내 다리는 내가 생각하는대로 달려보고 있다. 멈추지만 말고. 그러니깐 하루에 4바퀴, 약 10km를 그래도 꾸역꾸역 달린다. 달리고나면 땀은 비오듯이 떨어지고, 나를 본 사람들은 비를 맞았냐고 묻기도 한다.
글 쓰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잘 쓴 글이든, 못 쓴 글이든 끄적끄적 글을 써다가 모아보니 꽤 글이 모아졌다. 지금까지 어쨌든 글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금도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싶다.
10km를 하루에 쉬지만 말고 달려보자고 생각하듯이, 글을 써내려 가는 일. 단순한 것 같지만, 단순하지 않은 일. 이런 순간들이 지나다 보면 어느새 종점에 도착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쉴 수 있다. 이때가 제일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뛴다. 달리는 시간동안 나는 뛰고 있고, 달린 나중에도 뛴다.
내 심장이 가장 급박해지는 시간. 이 기분이 나쁘지 않다.
달리는 시간동안 나는 뛰고, 달린 후에도 뛴다.
내 심장이 가장 급박해지는 시간.
글쓰기도 이와 비슷한 기분이 들 것다. 달리고 있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이 나를 오랫동안 달리게 만드는 힘이었듯이, 글을 쓰고 있다고 인지하는 것이 내가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게끔 만드는 원동력이 되겠지.
그래서 일단은 생각나는대로 무작정 써두고 본다. 그러니깐, 이 글도 그런 종류의 글인 셈이다.
그래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글이 엉망진창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이 글이 내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쓴 글이라 어쩔 수 없다고 둘려대야겠다.
그러니깐, 엉망진창이어도 그냥 그렇게 이해해주시길.
대학 새내기 시절, '영글거림'이라는 별명과 발음이 비슷합니다.
'영재+오글거림', 어쩌면 이것과 느낌이 비슷할지도.
글을 쓰기도, 글을 그리기도 합니다.
(Copyright ⓒ 2016 빛글로다. All Rights Reserved.)
페이스북 facebook.com/yjposts
인스타그램 instagram.com/lim6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