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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te u, I love u

"그래도 아직 니가 그리워. 우리 사이가 끝나는걸 차마 볼 수가 없어."

by 돌아보면

사람이 사람에게, 정확히는 여자가 남자에게 반하는 경우는 의외로 별 것 아닌 것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실 내 얘기를 좀 하려고 하는데, '반함'이라는 주제로 말을 꺼낸 것과 달리 썩 달달한 얘기는 못 될 것 같다.


처음 만났던 때는 2년 전 가을이었다. 그때는 아무 감정도 없었고, 그냥 같은 스터디 모임을 함께 하는 멤버 중 하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몇 번 나갔던 스터디 모임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익했다. 뭣보다 졸업 후 이런 식으로도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지루할 틈 없이, 하지만 과하지 않게 장난을 걸고 말도 재미있게 해서 같이 있으면 시간이 잘 갔다. 그러면서도 뒤에서 은근히 챙겨주는 편이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같이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갈 때였다.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는데 옆에 따라와야 할 이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내 뒤에서 자기 가방으로 내 치마를 가려주면서 올라오고 있었다. 계단을 다 올라온 후 아무렇지 않게 내 옆으로 쓱 와서 같이 걸었는데 그때 조금 설레였다.


아, 하나 더 있다. 몇 달 간 스터디 모임을 못 나간 적이 있었다. 목소리가 자꾸 갈라지고 안 나오고 해서 병원에 가 보니 성대에 물혹이 생겨 있었다. 그래서 성대 쪽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혼자서 찾아온 적이 있었다. 와서 별다른 건 안 했다. 그냥 예의 그 실없는 농담이나 이런저런 일상 얘기들을 잔뜩 했고, 얼른 나아서 보자고 하고 돌아갔다. 그때부터 그 사람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수술은 별 게 아니라서 나는 금방 퇴원했고 얼마 후에는 술자리에도 늘 하던 대로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그 사람이 있어서였지만.


'늘 하던 대로'라고 말은 했지만 나는 사실 그렇게 주량이 센 편은 아니다. 술 마시다가 얼굴이 달아오른 나는 바람을 좀 쐬려고 혼자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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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저녁 날씨, 적당히 어두운 하늘빛, 멀리서도 조그맣게 들려오는 핸드폰 판매점의 음악소리, 뭐가 그리 즐거운지 크게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들, 저만치 떨어진 도로에서 들려오는 경적 소리 같은 걸 들으면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으려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지났었나 보다.


누가 어깨를 툭툭 쳐서 돌아보니 그 사람이었다. 술도 먹었는데 거리에서 이러고 있으면 위험하다고, 빨리 들어가자고 했다. 나는 바람이 선선해서 조금 더 있고 싶다고 했는데 말을 마치자마자 볼을 꼬집혔다.


하지만 내가 화를 내지 않았던 건 그 사람의 한쪽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위 말하는 '우쭈쭈'를 당한 것이다. 그날 밤 잠들기 전, 몇 번이고 그때의 장면을 되감기 했다. 헤벌쭉하고 웃다가 이내 잠들었던 것 같다.


프로젝트 때문에 바빴다. 세 달 정도가 정신없이 흐른 것 같았다. 스터디는 물론이고 그 사람과도 연락을 자주 하지 못 했다. 하지만 연락이 끊어진 건 아니었으니 나는 이 바쁜 게 끝나고 나면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프로젝트가 끝난 주 주말, 원 없이 자서 피로가 다 풀린 나는 오랜만에 스터디 모임에 나가보기로 했다. 언제나 사근사근한 스터디 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니? 세상에? 이게 누구야."


"미안, 오랜만이지?"


"어이구 우리 최효진 씨. 하도 안 보이셔서 그만 돌아가시고 만 줄 알았는데요."


"비슷했는데 틀렸어. 프로젝트 때문에 거의 죽을 뻔 하긴 했지."


"아무튼 반가워. 너 온다 그래서 예전 멤버들도 간만에 거의 다 온댄다."


"다면 다지 거의 다는 뭐야?"


"아 상민이 걔는 못 온다 하더라. 여친 만난대."


"... 뭐?"


"아 얼마 전에 여자친구 생겼다고 그러더라고. 한 3주 됐나?"


표정 관리가 잘 안 될 것 같아서 그랬구나 하고 적당히 얘기를 마무리한 후 핑계를 대고 밖으로 잠깐 나왔다.


그런 소식을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들어 놓고도 '혹시 금방 헤어지지 않을까?'라며 어떻게든 나한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려는 내 모습이 웃겼다. 듣기로는 둘이 정말 좋아서 죽고는 못 산다고 하던데... 내가 그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마음이 혼란스럽기도 했고, 임자 있는 남자한테 연락하는 것도 좀 그래서 한동안 연락을 안 하고 살았는데 진짜 뜬금없이 강남 교보문고에서 딱 마주쳤다. 당황스러움, 반가움, 서운함 등의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섞인 얼굴을 하고 있었을 나를 보고 그는 아무렇지 않게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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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던 책을 사고서 함께 근처 카페로 가서 나는 이미 들어서 다 알고 있는 근황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이 땡긴다며 근처 육회집으로 가서 술도 한잔 했다. 거기서 내가 모르던 사실을 한 가지 알게 됐는데, 여자친구랑 얼마 전에 헤어졌단다. 솔직히 좋았지만 그 자리에서 내가 뭐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었고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 앞에서 그렇게 티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날 밤은 간만에 기분 좋게 잠들었던 것 같다. 희망이란 게 생겼으니까. 프로젝트 때문에 만나지는 못 했지만 간간히 연락을 하며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흐름상 예상했겠지만, 그 헤어졌던 여자랑 다시 만나게 됐단다. 이 이야기를 읽는 쪽은 지금 이런 식으로 돌아보며 이야기하니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흐름이겠지만 그때의 나는 그렇지 않아서 진짜 너무 충격이 컸다. 마음이 무너졌다.


왜 내가 이런 마음이 들어야 하지? 이 모양이 됐는데도 아직 좋아하는 건가? 아니 모르겠고 그냥... 지금은 뭐 하고 있을까? 하고 별 시덥잖은 것 까지 다 궁금했고 생각이 났다. 길을 걷다가 좋아한다고 했던 커피집이나 식당을 봐도 생각이 났고 새로 재미있는 영화가 나왔다고 하면 그 사람 생각부터 났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면 오래 못 간다는 말과 다르게 반 년 이상 꾸준히 만나더라. 그리고 나는 그렇게 슬퍼해 놓고도 그 반 년 동안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그 사람이랑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라는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


나 좋다고 대쉬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알려주진 않았지만 길에서, 밥 먹다가, 지하철에서 번호를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는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내가 생각한 건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아닌, 지금 다른 여자와 행복해하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 사람은 이런 식으로 말하곤 했었는데, 그 사람은 이런 옷을 즐겨 입었었는데, 그 사람은 웃을 때 이랬는데...


이런 식으로 청승을 떨다가 문득 그냥 다 그만두고 다른 사람을 일단 만나볼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일단 만나고, 정 붙이고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이 좋아질 수도 있는 거고, 그러면 지금처럼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물론 그걸 못 하고 있기에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렇게 연애를 하는 네가 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널 좋아하는 내가 싫었다. 그렇다고 안 보고 지내자니 보고 싶고 그냥 만나고 싶었다. 만나서 여자친구 얘기를 하던 뭘 하던 좋으니 그냥 만나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었다.


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연애하고 있는 거 알고 있지만 그냥... 그냥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었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참 많이 좋아한다고. 근데 또 그렇게 확 던져버리고 돌아설 용기는 없어서 그냥 생각만 했다. 생각만.


사실 내가 좋아하고 있는지조차도 모를 것이다. 처음부터 별로 티를 내지 않았었는데, 서로를 그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보니 연애를 하게 된다면 서로 어느 부분에서 부딪히게 될지 그런 부분이 보였었다. 그래서 그 병문안 온 날 이후 섵부르게 마음이 커지지 않도록 마음을 애써 돌려 보려 했지만 결과는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와 같다.


여자친구를 바라보고 있는 너를 바라보고 있는 내가 싫다.




힘찬 어투로 '정말로 좋아하세요? 진심이시죠? 그럼 고백해야죠! 가만히 있지만 말고 모든 걸 다 걸고서라도 던져 봐야죠!'라며 사랑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조언을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의 크기가 커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아마도 정해진 답은 없겠으나 분명 의미 있는 고민이 될 것이며 사랑을 하고 있는 모두가 결국엔 행복해지기를 오늘도 바라고 또 바란다.




https://youtu.be/BiQIc7fG9pA


[Gnash - I hate u, I love u(Feat. Olivia o'brien)]


이용당한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 니가 그리워

우리 사이가 끝나는걸 차마 볼수가 없어

그냥 내 입술 위 너의 키스를 느끼고싶어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너한테 이유를 말할 수 없을 것 같네

널 볼때마다 아직도 힘들거든

얼마나 니가 필요한지 깨달았어


난 니가 싫어, 근데 사랑해

내가 널 사랑한단게 싫어

이러고싶진 않은데, 너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 할 수가 없어

니가 정말 싫어, 근데 사랑해

내가 널 원한단 사실이 너무나도 싫어

넌 그녀를 원하고 필요로 하지

그리고 난 절대 '그녀'가 될 수 없겠지



잠이 안올때면 니가 그리워져

아니면 커피를 마시고 나서라던지

아니면 입맛이 없을때라던지

내 옆자리에 앉던 니가 그립다

내 스웨터에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밤에 묻었던 모래가 아직 있어

내가 널 그리워하는 것처럼 너도 내가 그립니?

방황하다가 너에게 정착을 하게됐어

친구사이도 이렇게 상처를 줄 수 있구나

난 싫증을 잘 내지만 절대 니가 질리진 않을거야

내가 너처럼 행동한다면 넌 날 지금처럼 대할 수 없겠지

내가 이 낚싯대를 던져도 넌 미끼를 물지 않겠지

내가 문자를 보내도 넌 신경도 쓰지 않겠지

난 이렇게 절망적이고 모든게 엉망이지만 넌 신경도 안 쓰겠지

그래, 그냥 숨길래

넌 여전히 날 사랑하고 있지만 니 친구들은 모르지

니가 날 원했다면, 그냥 그렇게 말하지그랬어

내가 너였으면, 날 가게 내버려두진 않았을 것 같다

악의는 없어

그냥 내 품에 안겨있던 니가 그리울뿐이야

결혼식의 종소리는 그냥 알람소리일 뿐

'주의'라고 쓰여진 테이프가 내 심장을 둘러싸고있어

우리가 어떤 사이가 될 지 생각해본 적이 있긴 하니?

넌 그런적 없다고 대답했지만 생각해본 적 있잖아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나와 침대에서 뒹굴고, 그 빌어먹을 마약을 하고

내가 마시는 이 술과 내 모든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버렸어

난 왜 항상 그리워해선 안될 사람들이 그리운걸까

가끔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리를 태워버려야 할 때도 있는데 말이야

나도 알아, 널 그만 떠올려야하고, 추억에 잠겨서도 안된단걸

하지만 아빠는 기뻐하고 슬퍼할 수 있는 '감정'이란걸 가진다는게

좋은거라고 가르쳐주셨어

심지어 사랑과 믿음 모두가 깨져버렸을때도 말야

아마 난 널 잊고 더 나아가고 있는 건가봐

내가 진심으로 대했던 사람들은 날 거짓으로 대해

그래서 난 외로운 밤이면 이 노래를 불러


난 니가 싫어, 근데 사랑해

내가 널 사랑한단게 싫어

이러고싶진 않은데, 너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 할 수가 없어

니가 정말 싫어, 근데 사랑해

내가 널 원한단 사실이 너무나도 싫어

넌 그녀를 원하고 필요로 하지

그리고 난 절대 '그녀'가 될 수 없겠지


나 혼자 그녀를 바라보는 널 바라봐

마치 여자를 처음 본 것 처럼

넌 아무 신경도 쓰지않아, 신경 쓴 적도 없었고

내가 어떻게 되든 하나도 관심 없잖아

나 혼자 그녀를 바라보는 널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녀

니가 날 서서히 죽이고 있단걸 어떻게 몰라, 왜



난 니가 싫어, 근데 사랑해

내가 널 사랑한단게 싫어

이러고싶진 않은데, 너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 할 수가 없어

니가 정말 싫어, 근데 사랑해

내가 널 원한단 사실이 너무나도 싫어

넌 그녀를 원하고 필요로 하지

그리고 난 절대 '그녀'가 될 수 없겠지




Feeling used

But I'm

Still missing you

And I can't

See the end of this

Just wanna feel your kiss

Against my lips

And now all this time

Is passing by

But I still can't seem to tell you why

It hurts me every time I see you

Realize how much I need you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love you

Don't want to but I can't put

Nobody else above you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want you

You want her you need her

And I'll never be her



I miss you when I can't sleep

Or right after coffee

Or right when I can't eat

I miss you in my front seat

Still got sand in my sweaters

From nights we don't remember

Do you miss me like I miss you?

Fucked around

and got attached to you

Friends can break your heart too and

I'm always tired but never of you

If I pulled a you on you

you wouldn't like that shit

I put this reel out

but you wouldn't bite that shit

I type a text

but then I nevermind that shit

I got these feelings

but you never mind that shit

Oh oh keep it on the low

You're still in love with me

but your friends don't know

If u wanted me you would just say so

And if I were you

I would never let me go

I don't mean no harm

I just miss you on my arm

Wedding bells were just alarms

Caution tape around my heart

You ever wonder what we could have been?

You said you wouldn't

and you fucking did

Lie to me lie with me

get your fucking fix

Now all my drinks

and all my feelings are all fucking mixed

Always missing people that I shouldn't be missing

Sometimes you gotta burn some bridges

just to create some distance

I know that I control my thoughts

and I should stop reminiscing

But I learned from my dad

that it's good to have feelings

When love and trust are gone

I guess this is moving on

Everyone I do right does me wrong

So every lonely night I sing this song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love you

Don't want to but I can't put

Nobody else above you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want you

You want her you need her

And I'll never be her


All alone I watch you watch her

Like she's the only girl you've ever seen

You don't care you never did

You don't give a damn about me

Yeah all alone I watch you watch her

She's the only thing you've ever seen

How is it you never notice

That you are slowly killing me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love you

Don't want to but I can't put

Nobody else above you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want you

You want her you need her

And I'll never be her

gnash.jpg Gnash 'us'(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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