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그 사람과의 기억이 신물처럼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하지만 아무것도 뱉어낼 수, 토해낼 수가 없었다. 괴롭기만 해. 나아지지 않아.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고 집 안에 있는 누구도, 바로 내 옆에 귀를 갖다 대더라도 들을 수 없는 소리로 흐느꼈다. 그 사람에게 사과받고 싶지 않았다, 이 아픔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다.
단지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었을 뿐.
뒤돌아선 그 뒷모습에서 영원을 꿈꿨던 한 때의 내 자신을 봤다. 이렇게 될 것이었으면, 영원히 빛날 것처럼 그렸던 성을 우리 손으로 산산이 부술 것이었다면...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게 좋았을까?
아니, 한 번도 그렇게는 생각한 적이 없다. 죽더라도, 이 다음 순간 후회하더라도 지금은 사랑하고 싶다고, 그렇게 마음먹었기에 그 사람의 손을 잡았던 거였다. 하지만 지금의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했던 시간의 조각들이 목을 죄여온다. 세상에서 나만이 기억하는 일들, 그 안의 감정들.
당신은 그것을 이미 버렸을까? 그럼 이제 그것들은, 내가 버리면 아무데도 갈 곳이 없을까?
아니 절대! 그렇게는 안돼. 아무도... 당신도 모르는 곳에 내가 안고 가겠어.
죽을 때까지, 이 가슴에 내가 안고 갈 거야.
"밥 먹으렴. 벌써 몇 끼 째니."
굳게 잠긴 문 바깥으로 엄마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작게 훌쩍이며 눈물을 멈추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천정을 올려다보고 숨을 크게 한 번 쉬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창 밖으론 우중충한 먹구름이 끼어 그 뒤의 햇살을 가로막고 있었다. 곧 비가 내릴 것 같았다.
나가야겠어. 그래, 어떻게든 숨은 쉴 수 있겠지.
엄마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와 미친 사람처럼 옷가지를 뒤졌다. 그래, 이 티면 되겠어. 그리고 이 회색 후드 하나면. 어디있지? 내 MP3. 아, 모니터 옆에 충전시켜 놨었지.
됐어.
이어폰을 MP3와 함께 대충 구겨서 주머니에 넣고, 마지막으로 거울 앞에 섰다. 퍽이나 눈가가 보라색으로 부은 것이, 영락없는 거지의 형색이었다. 씩 웃어 보였다. 어색하게도 입꼬리만 살짝 움직였을 뿐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버릴 거야, 이 MP3는.
당신이 알려줬던 그 노래 몇 번이고 듣고 나서.
툭. 투둑.
창문에 빗방울이 부딪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가벼운 소리로 창을 두드리며. 빗줄기가 드세어질지, 금방 그치고 말 지는 몰랐다. 하지만 어차피 우산은 가져나갈 생각이 없었다.
난 거울 속의 나와 눈을 마주치며 후드 짚업의 모자를 뒤집어썼다.
차갑고 무표정한, 게다가 부은 눈매가 참 못나 보였지만 솔직한 내 모습이 조금은 마음에 들었다.
거울 앞에서 떠난 난 굳게 잠가두었던 방문의 손잡이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