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과 끄읕~
1. 처음엔 자신감 반, 기대감 반이었다. 혼자 깨작깨작 썼던 내 창작 스타일이 얼마나 먹힐까, 교수님들의 눈엔 어떻게 보일까. 나는 가망성이 있는 걸까? 라며. 그래서 처음에 자유 창작물 2개를 내야 했던 과제에서, 엽편 소설 하나, 시 하나를 냈다. 소설만 내자니 시랍시고 끄적이던 그 어떤 것도 평가받고 싶었다. 그리고 점수는 100점. 군대 시절에 만나 늘 희한하게 나를 고평가 해주던 문돌이 친구는 '역시'라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교수님의 과제는 100점이 아닌 사람이 더 드물다는 것을.
2. 1학년 여름방학 때 특강을 들었다. 졸업할 때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소설 특강. 그 안에서 학우님들과 서로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생각했다. '선플로만 치장한 피드백이 무슨 의미가 있어?' '우쭈쭈가 과연 도움이 될까?' 그래서 난 일부러 피드백을 좀 세게 했고, 나도 세게 받았다. '학우님의 소설은 불행 포르노 같아요.' 오매, 불행 포르노라니. 이렇게 신선하고 강력한 혹평이 있나. 근데 몇 년 더 지나서야 알았다. 가끔은 솔직한 혹평보다는 창작의지가 꺾이지 않게 피드백하는 게 훨씬 좋을 때도 있다는 걸.
참 이기적이게도, 그걸 마지막 과제를 제출하고 최악인 점수를 받고서 알았다. 아, 이런 식으로 마음이 꺾일까 봐 그때 그분들이 피드백을 조심스럽게 하셨구나.
그날 난 맨바닥에 누워서 잤다. 참고로 내 멘탈의 상태와 잠을 잘 때 머리의 높이는 서로 비례하는 편이다.
3.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큰 사건이 있었다고 하면 스토리텔링 발표가 아니었을까. 나가기 전만 해도 사골이 되도록 우려먹은 소설을 들고나가는 터라, 원작가인 내가 설명 못하면 누가 하겠어? 라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스튜디오를 가서 카메라 앞에 서자마자 알았다. 완전 망했구나... PPT가 아니라 HWP 파일이었어갖고 버튼이 아닌 마우스로 스크롤을 내려야 했는데, 말하기+프롬프터보기+스크롤 내리기의 멀티태스킹이 연습 없이 될 리가 없었다. 결과는 어버버버버법ㅂ.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의 그 발표가, 작가님들과 교수님들에게 가장 진중하게 피드백을 받은 날이었다. 그래, 흑역사도 역사다.
4. 일론 머스크가 말하길 대학생활은 '과제를 끝까지 해내는 능력'을 증명하는 데 있다더라. 난 특히나 컴퓨터 앞에 혼자 앉아서 보낸 시간이 많았던 사이버대 과정이었기에 그간 혼자 과제를 하며 고생했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다. '정서생활 글쓰기에 대한 작법론을 보고서 형식으로 내시오'라는 제목부터 난해한 과제서부터, 시 창작 과제, 사진 촬영 과제, 스토킹 범죄 예방방안에 대한 과제,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대한 조사 등등등... 재미있긴 했다. 가끔 그런 거 나중에 열어봤을 때, '이걸 내가 했다고?'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특히나 재밌다. 다시 쓰라고 하면 못 쓸 것 같은 내용들이 한가득.
5. 이제 졸업을 하니 스스로에게 과제를 새롭게 내어주고자 공모전에 도전해 보자 다짐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마수걸이를 할 겸 소소하게 지원한 문창과 시 부분 신춘문예 대비반!!
신청!! ...... 탈락....
김경의 문창과 대학생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