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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임은정 Oct 17. 2020

금주, 금연이 이렇게 쉬울 줄이야

진짜 자유

"술과 담배, 아무것도 끊지 못하는 저를..." 배우 최강희


유튜브에 올라온 여러 가지 영상을 보다가 놀라운 제목이 눈에 띄었다. 보통의 여배우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말이기에 바로 클릭했다. 그녀는 자존감도 낮고 자해를 하기도 하고 금연, 금주를 하루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의외였다. 자유라고 생각했던 모든 행동들을 해봤을 때 세상의 자유는 진짜 자유롭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 찝찝했고, 수습해야 했고 점점 더 죽어 갔다고 했다. 이건 완전 내 얘기였다. 그녀는 이야기 끝에 밝은 표정으로 얘기했다.


"진짜 자유를 맛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만난 예수님을 여러분이 만나기를 기도할게요."


술과 담배를 절제하면서 어떻게 자유를 맛본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자유롭지 않은데, 하고 싶은 걸 절제하면서 어떻게 자유를 느낀단 말인가 하고 생각했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술과 담배 안 하고도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스물일곱 살에 학교 다니던 시절에 수업 같이 들었던 동생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학교 졸업 후 몇 년 뒤 처음 만나게 됐다. 오랜만에 본 동생은 얼굴에 뭔지 모를 생기가 가득했다. 동생은 연극 일을 하다가 무대에서 관객들이 자신에 대해 평가를 하는 걸 듣고 공황장애가 왔었다고 했다.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어보니 예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눈에 안 보이는 걸 있다고 믿는 건 정신병이라고 생각했고, 기독교인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나였다. 어쩌다가 알게 된 사람의 폰 번호를 저장했다가 카톡 상태 메시지에 예수에 대한 얘기가 쓰여있으면 교회 가자는 얘기할까 봐 차단할 정도로 싫어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때는 얘기를 일단 들어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위에 망나니처럼 살다가 예수 믿은 후로 한순간에 조신하게 바뀐 사람들이 몇 있었다. 그 당시에 신기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예수를 믿어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예전에 친구 따라 교회에 몇 번 가본 적은 있었는데 교회 사람이 자꾸 연락 와서 부담돼서 안 갔다. 동생이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다길래 무대 공포증이 있는 나도 예수 믿으면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얘기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떨지 않고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뭔가 솔깃했다.


동생도 예전에 술을 엄청나게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술을 끊었다고 했다. 대체 예수가 뭐길래 사람들이 변하게 되는 건지 궁금해졌다. 근데 교회 가는 건 싫었고 예수에 대해서는 더 알고 싶어서, 동생에게 설명해보라고 했다. 어릴 때 들었던 동화 같은 얘기를 했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라는 열매를 따 먹었다는 얘기를 하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동생이 '하나님이 언니를 사랑하세요.'라고 말했을 때 속으로는 '네가 하나님도 아니면서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라고 생각했다. 성경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이 동생이 하는 얘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반박도 못 하고 듣고 있는 게 짜증이 났다. 동생이 무슨 얘기를 할 때마다 트집 잡고 종종 화도 냈다. 나중에 들어 보니 내가 그럴 때마다 무서워서 눈물로 날마다 기도를 했다고 했다. 너무 미안했다. 동생이 말해준 성경 이야기가 사실인지 직접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동네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날부터 좌절했다. 한국말로 목사님 말씀을 듣고 한국말로 성경을 읽는데도 외국어 듣기 하듯이 안 들리고 외국어 독해하듯이 눈에 안 읽혔다. 외국어였으면 다른 나라 언어니까 그러려니 하겠는데 한국말인데 이해가 안 되니까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교회 사람들은 생소한 언어로 대화했다. 예를 들면 '은혜롭다', '성령 충만하다', '큐티한다' 같은 말들. 알고 보니 큐티는 Quiet Time의 약자였다. 기도와 묵상, 성경 읽기를 하면서 하나님을 만나는 조용한 시간을 이르는 말이다. 서점에 가면 큐티 책들이 많이 있는데 이 책을 활용해서 큐티할 수도 있다.


최강희 님처럼 술과 담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수에 대해서 알기 위해 교회에 찾아갔지만 내 수준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게 너무 많았고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교회 오래 다닌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꼭 외국인들 사이에 혼자 한국인으로 있는 느낌이었다. 하나님이 있는지 확신은 안 들었지만, 성경을 이해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답답한 생활을 하던 중 어떤 분이 내게 책 한 권을 추천해주셨다. '왜 예수인가'라는 책이었는데, 전 iMBC 대표셨던 분이 와이프 교회 못 가게 하려고 교회를 고발하러 갔다가 결국엔 목사님이 되신 내용이라고 했다. 목사님 되시기 전에는 술을 엄청나게 드셨다길래 왠지 친근감이 들었다. 책을 사서 단숨에 읽고 난 후, 내가 가야 할 교회는 이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교회는 우리 집에서 꽤 멀었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갔다. 설교 내용이 내 수준에 딱 맞게 느껴졌고 귀에 잘 들어왔다. 그날 설교는 우물가의 여인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 여인에게는 남편이 다섯 명이나 있었다고 했다.


"당신이 과거에 몇 명의 남편이 있었든지 상관없습니다. 당신은 이제 생명 책에 기록되었습니다!"


생명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남편 얘기는 왠지 모르게 나를 저격해서 하는 말 같았다. 갑자기 눈에서 폭우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꺽꺽대면서 오열했다. 멈추려고 했는데 안 멈춰졌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운 적은 많지만 이렇게 서럽게 꺽꺽거리면서 운 건 아마 어릴 때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혼한 뒤로는 누군가가 결혼했냐고 물어볼 때마다, 혹은 병원에 가서 미혼인지 기혼인지 체크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미혼도 아니고 기혼도 아닌 상태인데 내 상태를 구구절절 얘기할 상황도 아니라서 그냥 미혼이라고 하곤 했는데 늘 찝찝했다. 이혼 사실을 밝혔을 때는 상대방의 놀란 표정에 괜히 고개를 숙이게 되고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혹시 나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살았다. 이혼녀라는 사실을 숨겨도, 밝혀도 불편한 마음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런데 목사님이 외치는 말씀을 듣자마자, 그동안 마음속에 깊숙이 담아두고 있었던 것들이 지면 위로 드러나서 폭우에 다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괜찮다.' 라는 위로처럼 느껴졌다. 막힌 하수구를 뚫은 것처럼 속이 진짜 시원했고 푹신푹신하고 포근한 이불을 덮은 것처럼 마음이 따듯해졌다. 과거가 이제는 부끄럽지 않아졌다. 늘 무겁게 눌려있던 불편한 마음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날 이후 성경 책을 폈는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성경 구절들이 마치 구글 번역기 돌린 것처럼 눈에 다 들어왔다. 그렇게 애써도 이해되지 않던 성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기도가 이뤄진 거다.


어떤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상황에 맞는 성경 구절이 바로바로 떠올랐다. 외우지 않았는데 눈을 감아도 보였고 내 입에서 줄줄 나왔다. 나도 놀라고 교회 다니는 친구도 놀랐다. 친구가 나를 보며 예수님이 살아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고 했다. 길을 걷고 있는데 온갖 다채로운 색깔의 풍경이 보였다. 하늘, 햇살, 나무 그리고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아름다움이었다. 길 가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였고 나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분명히 세상은 어제와 별다를 게 없고 내 일상도 어제와 똑같았는데, 내가 천국에 와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천국은 죽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죽지 않고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술과 담배에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예전에는 카페 가는 돈이 아까웠는데 이제는 술 사고 담배 사는 돈이 아깝게 느껴졌다. 술과 담배가 없으면 불안했는데 이젠 불안하지 않았다. 딱히 절제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 절제하려는 노력에서도 자유로워졌다. 하고 싶은 걸 해야만 자유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자유로워졌다.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이 모든 변화는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었다. 무언가 굉장한 존재가 있다는 게 그때야 믿어졌다. 최강희 님이 말했던 진짜 자유가 바로 이거였다는 걸, 예수님 만난다는 게 이런 거였다는 걸 알게 됐다. 성경이 눈에 보이고 내 안에 들어와 삶을 바뀌게 한다면 그게 예수님을 만난 거다. 성경 말씀이 곧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조증이 와서 극단적으로 변했던 때에 친구가 내게 예수님 얘기를 하자, 예수가 어딨냐면서 소리를 질러 댔었는데 이제야 나를 만나 주셨다. 최강희 님이 영상을 통해서 하셨던 기도가 이뤄졌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그 기도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진짜 자유를 맛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만난 예수님을 여러분이 만나기를 기도할게요."

- 배우 최강희




그들이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함은 그들의 눈이 가려서 보지 못하며 그들의 마음이 어두워져서 깨닫지 못함이니라

이사야 44:18


They know nothing, they understand nothing; their eyes are plastered over so they cannot see, and their minds closed so they cannot understand.

Isaiah 44:18 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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