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poonface
Dec 25. 2020
각 사람에게는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이 있다는데 도하는 글 쓰는 것에 스스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을 때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하고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길을 가다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는 것이 너무 소중했고 밤하늘의 둥근달을 마주하면 신기한 즐거운 보물을 찾기라도 한 듯 즐거웠다. 홀로 가족과 떨어져 함께 자라 가는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그것들을 혼자 느끼고 누리기에는 너무 그 존재가 아깝다는 마음이 들었다.
"엄마의 시간을 글로 써보고 싶어."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물었을 때 언젠가부터 이렇게 대답이 나왔다.
홀로 걷는 길 함께 하고 있던 자연이 펼쳐놓은 아름다움에 경이로움을 숨길 수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도하와 넙쭉이의 삶의 여정 속에 든든한 여백이 되어 구석구석을 자신의 살점을 갈아내 듯 채워갔던 엄마의 삶의 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시골마을 가난한 집의 어린 여자 아이로 자라나 누구보다 똑똑했고 글 솜씨마저 좋았던 문학소녀였던 그녀가 한 남자를 만나 여자가 되었고 이제는 다 커버린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성인이 되었지만 혼자 멀리 날아가지 못한 채 둥지에 남아 있는 한 마리의 어린 넙쭉이를 돌보기 위해 파랑새가 된 그녀.
「증거」
어쩌면 그녀는 넙쭉이와 같은 장애아이를 둔 한 어머니의 삶에 대한 증거일지 모른다. 수많은 시간을 누구보다 성실하고 씩씩하게 버텨내고 일구어 온 시간의 사실. 그것이 바로 그녀이다.
도하는 안다. 그 시간을 그녀가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를 시간 속에서 얼마나 애쓰며 하루하루 두발을 현실의 바닥에 디디며 서 있는지.
어디에도 드러내지 않은 채, 멀리 날아가지 않고 둥지에 남은 새끼를 품기 위해 스스로 날기를 단념한 파랑새가 된 그녀의 애써왔던 시간이 이름 없이 지워지지 않게 전하고 싶었다.
어쩌면 그것이 그 시간을 증명하는 그녀를 위한 도하의 사명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