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poonface
Jan 02. 2021
호흡이 있는 당신은 소중하다
시작과 마지막을 생각해 본다.
늘 그랬듯이 밤하늘의 별은 오늘도 그렇게 뜨고 졌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탄생한 세상의 빛들은 그 빛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부셨다. 뜨거운 태양의 빛이 세상의 빛나는 것들에 닿기 전까지는.
꽃들이 피고 진다. 지휘자의 손길에 따라 여러 악기들이 향연을 이루듯. 토양에 닿은 작은 씨앗에서 새싹이 돋아나 계절의 흐름 속에 자라나고 거름이 되어 다시 땅에 자신을 쏟아붓는다.
생명을 향한 치열한 몸짓은 하나의 힘찬 심장 박동을 만들어 낸다. 호흡으로 탄생한 생명은 세상의 질서에 따라 그 삶을 피워내고 그 마지막 호흡을 다해 따스했던 그의 온기를 기억한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질서가 있다.
질서는 사계절,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때에 따라 그 모습을 바꿔가며 오고 가며, 숫자로 명명한 정의에 맞춰 그 순서에 따라 다음의 것이 무엇인지 누구나 알 수 있다. 생명 또한 그 첫 탄생의 환희에서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 생애의 시간에 따라 자라나고 늙어가는 것을 말한다.
신이 인간에게 호흡을 불어넣으면 그 삶이 시작된다고 한다. 뇌는 죽어도 호흡이 있으면 살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스스로 호흡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지금의 기술은 호흡을 할 수 있도록 그 생명의 시간을 돕는다. 그 말은 그 도구가 더 이상 그 역할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순간 그 생명은 인간의 손에 의해 삶에서 죽음으로 옮겨진다는 것이다. 한순간에 지구 상에 존재했던 생명체에서 이제는 그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청춘의 시간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 속에서 생명 연장의 시간에 대해 멈춤을 결정했는지 마침표를 찍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었던 생명이 이제는 더 이상 호흡하지 않는 이가 되었다. 그리고 세상은 그것을 마지막이라고 명명했다.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졌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삶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하루하루 한걸음 한걸음을 써 내려가야 할 것인가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우리에게 삶이란 동일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닌지. 생명에서 시작되었던 삶이란 신이 우리에게 부여해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에게 마지막을 부여한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것은 아마도 당신과 나와 우리가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을 말하고 귀한 삶이라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은 아닐지.
신이 준 선물인 삶을 다스리고 서로가 조화를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아름답고 풍성하게 가꾸어 가는 것은 인간의 몫인 것 같다. 인간 스스로 하나의 생명으로 존재하고 그 존재를 통해 다른 생명을 돌아본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마지막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과 주변의 삶을 소중히 돌봐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호흡이 사라지는 순간 생명으로서 마지막이라는데 숨을 갖고 있는 이렇고 저런 모습으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네들은 모두가 호흡을 가진 살아있기에 소중하고 귀한 존재들이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전해 들은 어느 요일,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 조금은 뭔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