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문득, 내가 참 보잘것없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는 새 직장을 구하고, 또 누군가는 결혼하고, SNS에는 여행 사진과 자랑스러운 일상이 끊이지 않는데, 자신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페이지를 써 내려가는데, 자신은 트레드밀 위에서 헛바퀴만 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면, 아무리 힘껏 달려도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것처럼 마음은 점점 초조해지고 자책감이 자리 잡는다.
그때 기억해야 할 것은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점이다.
마라톤은 42.195km라는 긴 거리를 달리는 스포츠 경기로 선수들은 중간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풀려도 포기하지 않는다. 오직 결승점이라는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묵묵히 달리고 또 달린다.
이런 부분이 우리의 삶을 마라톤에 비유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차이점은 우리 인생의 마라톤은 속도를 겨루는 경주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보다 빨리 앞서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과 같은 페이스를 맞춰야 할 이유도 없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기 때문에 가끔은 조금 느려도 멈춰 서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끝까지 완주하는 의지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당장 눈에 띄는 성취가 없더라도, 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오늘도 한 걸음 내디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 발걸음들이 결국 자신만의 길을 만든다.
인생에서 누가 먼저 앞서나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건 철저한 학습의 결과다.
학교와 사회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규칙을 배우며 인생도 규칙처럼 정해진 시기에 맞춰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타인과 경쟁을 통해 성적표로 매겨지는 순위를 보며 누가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인생에서 스스로를 등수 매기기 시작한다.
몇 살에는 결혼하고 몇 살에는 어떤 수준 이상의 직장을 가져야 하며 집은 몇 평 이상의 특정 지역에 자가로 있어야 하는 규칙을 정해놓는다.
수많은 과정 중에서 하나라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자신의 삶은 실패했다고 낙인찍으며 괴로워한다.
타인을 평가할 때도 저 사람은 어떤 아파트에 살고 차는 무엇을 타며 얼마의 연봉을 버는지 판단하여 서열을 매긴다. 오직 숫자로만 서로를 평가한다.
하지만 인생은 몇 살까지 반드시 무엇을 이루고 어디에 도착해야만 하는 숙제가 절대 아니다. 자신만의 여정에서 돛을 펴고 꿈을 향해 항해해야 한다.
한번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 보자. 본인 스스로 삶을 반추하였을 때 정말 타인들과 똑같은 삶을 살기 진심으로 원하는가? 성공이라는 단어도 실패라는 단어도 사람마다 정의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는데 CTRL+C, CTRL+V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똑같은 삶이 과연 성공한 삶이 될 수 있을까?
아랫글은 한 작자 미상의 레딧 사이트의 글귀다.
“미국 뉴욕은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 빠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캘리포니아가 뒤처진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22세에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5년을 기다렸습니다. 어떤 사람은 25세에 CEO가 됐습니다. 그리고 50세에 사망했습니다. 반면 또 어떤 사람은 50세에 CEO가 됐습니다. 그리고 90세까지 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직도 미혼입니다. 반면 다른 어떤 사람은 결혼했습니다. 오바마는 55세에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70세에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시간대에서 일합니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앞서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당신보다 뒤처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 자기 자신의 경주를, 자기 자신의 시간에 맞춰서 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시간대에서 자기 인생의 경주를 뛰고 있을 뿐이다.
남보다 이른 성공이나 늦은 출발은 그 사람의 고유한 시간표일 뿐, 내 삶의 성공이나 실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
삶에서 우리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자신만의 목표를 품고 묵묵히 걸어가는 이의 길은 비록 투박하고 거칠게 보일지라도, 그것은 결국 새로운 길이 된다. 그리고 그 길을 바라보며 또 누군가는 새로운 꿈을 품게 되고,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씩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 처음엔 낯설고 험하게 느껴졌던 그 길도 어느새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길이 되어간다.
인생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고, 각자의 때가 있다.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나 순위가 아니라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삶은 때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드넓은 바다 위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분명하다면, 결국 그곳에 도달하게 된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거센 파도와 폭풍우를 만나더라도, 그 목적지에 닿아야 한다는 의지를 놓지 않는 한, 반드시 그곳에 도착하게 된다.
지금 자신만의 인생 트랙에서 달리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고 있다고 해도 괜찮다. 남들과 속도를 겨룰 필요도 없다. 자신의 걸음과 속도, 체력에 맞게 한 걸음씩 트랙을 나아가면 된다.
비교와 경쟁은 오직 과거의 나 자신과만 해야 한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나아졌는가?”
“일 년 전의 나보다, 그리고 오 년 전의 나보다 더 성장하였는가?”
각자의 인생의 트랙 위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경쟁해야 할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어야 한다.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서민들의 인생 분기점 구로역’편에서 화제가 된 인터뷰가 있다.
나 역시 해당 방송을 직접 시청한 것은 아니고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되었지만, 오랫동안 그 말이 가슴에 메아리 되어 맴돌았다.
“기차를 타고 뒤를 돌아보면 굽이 굽이져 있는데, 타고 갈 때는 직진이라고밖에 생각 안 하잖아요. 저도 반듯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굽이져있고 그게 인생인 거 같죠”
인생은 발자취는 직선이 아니다. 때로는 길을 돌아가는 것 같고 때론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돌이켜보면 나는 이미 처음 출발선에서 꽤 멀리 와있음을 알게 된다.
심리 상담에서도 “왜 나는 계속 나아지지 않고 가끔 상태가 나빠질까요?” 하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사람들은 발전이 마치 하루하루 계단을 오르는 직선형이어야 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조금 나아졌다가도 다시 후퇴를 겪고, 배우고 회복한 후 다시 나아가는 과정이 더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삶에서 목표를 향해 걸어가다 보면 삶에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고 때론 걸어왔던 길을 뒤로 되돌아갈 때도 있다. 그 순간은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처럼 괴롭고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낭비한 것만 같아서 슬픔이 밀려오지만, 실패나 후퇴 자체보다는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성장의 방향을 결정한다.
실패했다고 해서 모든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것이 아니다. 실패를 통해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바쁘게 걸어온 삶에서 잠시 자신을 돌아보고 계기가 된다.
마음을 추슬렀으면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면 된다. 또한 한번 걸어봤던 길이기에 처음처럼 낯설지도 않고 수월하다.
또한 인생을 살다 보면 자신이 추구하던 목표나 꿈이 영원히 변치 않는 고정불변이 아니라는 진실도 마주하게 된다. 한때는 간절히 바라던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되어버리고 아주 작은 우연이나 계기가 내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사람은 성장하고 경험이 쌓이면서 가치관도 바뀌고 꿈도 변화한다. 성공만을 거듭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인생은 어디에도 없다. 소설책을 읽을 때 주인공이 위기에 빠졌다고 좌절하며 책을 더 이상 읽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 주인공이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가고 이겨낼 것인가를 주목하면서 소설을 읽는다.
인생도 소설과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난관은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
넘어졌다고 그 자리에서 울고만 있다면 여전히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목표 지점에 도착하기 위해선 다시 일어나 걸어가면 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아무리 거센 폭풍우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이 드리우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장마도 반드시 비는 그친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분명 자신만의 꽃을 피우는 계절이 찾아온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진짜 원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분명한 목표를 품고 여기까지 쉼 없이 달려왔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여전히 자신의 꿈과 방향을 찾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 괜찮다.
영원한 목표도, 영원한 꿈도 없다.
한때 간절히 바라던 곳에 도달하면, 그곳은 또 다른 출발점이 된다. 그래서 ‘누구보다 뛰어난 인생’도, ‘누구보다 뒤처진 인생’도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 발밑에는 ‘나만을 위한 트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길은 내가 내딛는 방향대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인생이라는 경주는 결승선이 있는 경쟁이 아니다.
남보다 앞서거나 뒤처졌다고 해서 승패가 나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각자의 속도로, 자신만의 트랙을 따라 한 걸음씩 내딛는 것뿐이다.
때론 걷다가 힘들면 잠시 멈춰도 괜찮고, 천천히 가도 괜찮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마라톤이기에,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이다.
결국, 거북이는 토끼를 이기는 법이다.
그러니 보잘것없다고 느껴지는 날에도,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은 날에도,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트랙 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는 모두 충분히 잘하고 있고,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