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주인

by 라임웨일

감정의 실체

가족과 함께 한 평범한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별다른 의미 없이 오간 대화 속에서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 가슴에 박혔다. 나를 깎아내리는 비난도 귀담아들어야 할 심각한 충고도 아니었지만, 마음이 묘하게 불편했다. 나로 인해 저녁 식사를 망치고 싶지 않아 대수롭지 않은 듯 넘겼고 식사는 무난히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였다.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려던 순간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그 사소한 말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며 잔상처럼 맴돌았고 나는 스스로 그 말을 곱씹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결국 내가 만든 감정의 늪 속에 나 자신을 밀어 넣고 있었다.


그때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내 마음의 주인은 누구일까?'

'내 감정의 주인은 정말 나인가?'


깊은 수면 속에서 이 질문이 떠오르자, 나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 휘둘린 내 감정의 실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금, 이 감정은 정말 내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


우리는 매일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를 마주한다. 타인의 표정, 말투, 행동 하나에 우리 마음은 쉽게 동요한다. 마치 누군가 내 마음의 리모컨을 쥐고 내 감정을 조종하는 것처럼 사소한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무심한 표정 하나에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 자신이 거친 파도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처럼 끊임없이 요동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내 마음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감정은 제어할 수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규정한다.

"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살아야 옳아."

"너는 이런 사람이야."


우리는 때로 그런 말에 흔들리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 마음을 억지로 구부리고 꺾는다. 그러나 결국 내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누군가가 나를 흔들고 규정지으려 해도 내 생각과 감정을 지키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다. 곰곰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은 외부로부터 시작된 것 같지만 그 뿌리는 언제나 내 마음 안에 있다. 내가 생각하고 정의한 감정의 정의대로 내 마음은 움직이고 있었다.


바다는 고요한 날도 있고 거친 날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산도 계절의 변화를 묵묵히 받아들이며 그곳에 있다.

산과 바다가 그 자리에 있기에 산과 바다로서 의미가 있는 것처럼 우리도 타인이 정의 내린 자아가 아닌 자신이 정의한 자아로 존재할 때 가장 가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의 중심을 지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말이 내 마음에 상처를 주고 나를 깊은 감정의 늪으로 끌어당긴다면 그때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내 마음은 오롯이 나의 것이며 나의 삶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만들어 나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설령 나에 대한 부정 평가가 가족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마음 깊은 곳은 늘 고요한 바다처럼 굳건한 산처럼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우리의 마음을 하나의 집처럼 상상해 보자. 누군가 허락 없이 내 집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기분이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은 욕하거나 화를 낼 것이다. 주인이 있는 집에 아무런 동의 없이 마음대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게 가족이거나 친구라도 나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내 집을 자신들의 집인 것처럼 마음대로 들어오고 집안 곳곳을 어질러놓고 간다면 우리는 그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삶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상황들을 내 마음에는 허용해 왔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의 집에 아무나 드나들게 하고 그들이 흘리고 간 온갖 감정들로 내 마음의 공간을 어지럽혔다.


이제는 마음에도 연습을 하자.

함부로 들어오려는 감정에는 지금은 자리가 없으니, 다음에 오라고 정중히 말하자. 나도 모르게 집에 들어온 감정에는 집을 어지럽히지 말고, 정중히 가달라고 부탁하자.

의도치 않은 손님으로 집이 어질러졌다면 조용히 청소하자. 기분이 외부에서 갑자기 찾아온 손님이라면 그 손님을 어떤 방에 얼마나 머물게 할지는 집주인인 내가 정하는 것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많은 다짐들을 하며 생각을 되뇌어도 예상치 못한 감정에 휩쓸릴 수 있고 타인의 말에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파도에 휩쓸릴지 아니면 그 흐름을 관찰하며 흘려보낼지는 온전히 내가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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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이지만 그 녹이 결국 쇠를 먹어버린다."

"전투에서 수천만 명을 정복하는 것보다 단 한 사람 자기 자신을 정복하는 것이 더 위대하다."


타인의 평가는 단지 평가일 뿐 그것을 나의 정체성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타인의 평가가 궁극적으로 내 삶을 풍요롭게 하거나 내 삶에 원동력이 되지 않는다면 조용히 흘려보내자. 타인의 의견을 무조건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고 받아들여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은 참고하지만, 모든 결정권은 언제나 나에게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늘 잊지 말자.

내 마음의 주인은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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